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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심상찮다" 숨죽인 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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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심상찮다" 숨죽인 증시

입력
2000.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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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미국 증시의 사상 최대 폭락사태로 우리 증시도 당분간 조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특히 최근 며칠간 대규모 매도세를 보이던 외국인들의 매매형태가 우리 증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올들어 꾸준한 매수세를 보이던 외국인투자자들은 최근들어 매수강도를 현저히 줄이고 있다. 3월까지 거래소와 코스닥에서 누적집계로 각각 6조4,371억원과 1조5,127억원을 순매수, 8조원대를 ‘바이코리아’에 쏟아부었던 외국인이 4월들어 매수규모를 급격히 줄이며 코스닥에서는 한달동안 오히려 순매도를 기록했다.

특히 총선 전후 이틀간인 14일까지 거래소와 코스닥에서 모두 순매도 규모를 늘리고 있어 시장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외국인 매도우위로 돌아서나 외국인의 바이코리아 투자패턴에 가장 크게 영향을 주는 것은 환율문제. 환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범위에서만 자금을 유입하는 외국인의 경우 1·4분기 중 매수강도를 높였던 이유도 원화가 지속적으로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또 연말까지 원화가 달러당 1,000원대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바탕으로 외국계 증권사에서 매수의견이 잇따랐던 것도 사실이다.

결국 단기적으로 외국인의 매수세가 주춤한 이유는 총선에서 생긴 변수로 환율전망이 불투명해 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현대증권 한동욱 연구원은 “총선에서 야당의 선전에 따라 금융권 구조조정의 차질이라는 변수가 대두됐고 외국계 증권에서 환율 전망치를 수정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대우증권도 총선변수 자체보다 총선에 따라 구조조정을 비롯한 개혁일정이 영향받게 되면 환율인상으로 이어지고 환차손의 위험에 노출된 외국인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여전히 외국인에게 국내증시는 매력적인 시장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급격히 썰물을 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 기술주 거품논쟁이 불거지자 과도하게 매입했던 기술주의 비중을 줄이고 수급을 조절하면서 환매요구에 부응하고 있다는 것.

삼성증권 손범규 연구원은 “나스닥 등 미국시장에 심하게 연동돼 있는 국내시장 여건상 나스닥의 조정국면 동안은 외국인 투자심리가 압박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외국인 종목별 투자패턴의 변화는 외국인의 매수세 약화와 함께 거래소의 경우 최근 매입종목군 조차도 폭이 좁아지고 있다. 특히 은행, 증권 등 금융주에 대한 집중매입이 두드러진다. 14일에도 주택은행과 국민은행 등은 외국인 매수세로 상한가를 기록했다.

외국인은 이달들어 국민은행을 378만주 사들였으며 하나은행과 신한은행도 각각 76만주, 38만주씩 매집했다. 또 3월에 무려 1,339만주 순매입했던 굿모닝증권을 152만주 사들인데 이어 지난주부터는 대우증권과 삼성증권을 각각 163만주, 31만주씩 매입하고 있다.

삼성증권 백운 연구원은 “금융주 가운데도 우량주를 중심으로 저가매입하고 있는데 미국시장처럼 가치주로 이동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외국인의 경우 자금배분을 결정할 때 철저하게 지역 국가 업종 순으로 무게를 두기 때문이란 것.

저가 선취매가 중기적으로 지속될 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코스닥의 경우는 철저히 수익성 위주로 종목을 교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연초 지속적으로 팔았던 하나로통신과 새롬기술 등이 4월 외국인의 순매수 상위종목을 차지했다.

현대증권 한연구원은 “코스닥시장에서 외국인의 비중은 5%대로 변함이 없으며 업종별 비중변화도 보이지 않는다”며 “바스켓으로 정한 우량종목군 내에서 순환을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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