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은 ‘시중의 유휴자금을 모아 기업의 자금조달창구 역할을 함으로써 국가의 경제발전에 이바지하는 곳’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그런데 요즘 주식‘투자’라는 단어가 ‘투기’로 변질되는 듯 싶더니 ‘게임’으로까지 전락하고 만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오전에 볼 일을 보고 오후1시 부터 오후3시 까지만 컴퓨터 앞에 앉아 주식게임을 즐긴다는 어느 아주머니의 전화를 받노라면 웬지 허탈해짐을 느끼곤 한다.
투자금액 200만-300만원을 가지고 기업가치와 상관없이 시세흐름에 따라 오르면 쫓아가고, 내리면 얼른 팔아 버리는 주식게임을 즐기다 보면 잘 될 경우 몇 십만원의 시세차익을 얻게 되어 그날 저녁반찬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물론 손실을 보면 대충 저녁을 때운다는 이야기도 곁들이면서.
사이버 매매의 비중이 높아져 나타난 현상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2만원에 사 2만300원이 되어야 수수료와 세금 떼고 본전인 일반매매와 달리 2만100원에 팔아도 수익이 나니, 약세장에서 주가가 오를 틈을 주지 않게 되는 것이다.
3월말 새로 열린 제3시장이라는 곳에 가보면 10원에 거래되던 주식이 그날로 100만원에 거래되는 코미디같은 장면이 심심치 않다. 같은 회사의 주식도 보통주는 3,000원대인데, 우선주는 18만원을 줘야 살 수 있는 비상식적인 현상이 생긴지도 오래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오히려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 버리는 ‘비정상의 정상화’가 아무렇지 않은듯 여겨지고 있기도 하다.
최근에 한탕주의의 꿈에 빠져 공매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더이상 증권시장이 협잡꾼이나 모리배의 놀이터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증권업계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생각일 것이다.
김경신 대유리젠트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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