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피해를 낸 강원도 산불이 9일만에 완전히 진화됐으나 여러가지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냈다.우선 원시적인 진화장비. 이번 산불진화의 일등공신은 소방헬기와 군병력이었다. 전국에서 동원가능한 소방헬기는 시·도보유 18대, 산림청 32대 등 50대에 불과하다. 여기에 산림청 헬기에서 쓰던 구형 물주머니를 이양받는 군헬기 40대가 전부다. 그나마 대부분이 초속 10㎙이상의 바람만 불어도 뜰 수가 없는 중소형이어서 강풍이 지속된 이번 산불에는 속수무책이었다.
헬기외의 진화장비는 소방차와 등짐펌프(15ℓ), 삽과 곡괭이가 전부다. 소방차는 임도(林道)가 제대로 돼 있지않아 접근에 한계가 있었다. 임도가 나있어도 관리부실로 길이 막혀있는 곳이 많아 오히려 산사태의 원인만 되고 있다.
진화작업에는 군병력 4만4,000여명 등 연인원 12만5,000여명이 동원됐으나 이들이 사용한 장비라고는 뒷불정리용인 등짐펌프, 삽 곡괭이가 전부였다.
전국토의 65%가 산림(강원도 85%)인 점을 감안할 때 정부차원에서 신형장비의 개발이나 도입 등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함을 이번 산불이 경고했다.
이같은 장비나마 제대로 운용되지 못했으며 인력운영 또한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상황을 전체적으로 조망, 판단하는 중앙통제시스템이 없었다. 시·군과 강원도에는 각각 재난대책실이 설치되고 군 소방대 산림청 행정당국 등에서 사람들이 나와있었지만 중앙통제의 기능보다는 상황접수 수준에 불과했으며 제각각 인력과 장비를 운용했다.
7일 4군데서 동시에 산불이 났을 때 이같은 난맥상으로 인해 고성군에 장비와 인력이 집중되는 바람에 강릉과 삼척의 초동대처가 미흡했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7일 민통선부근 산불의 경우도 주민들이 “왜 맞불은 놓지않느냐.”고 강력히 항의해 맞불을 놓아 진압됐다. 당시 불길이 마을앞 100여㎙까지 접근했지만 관련 기관은 각기 다른 주장을 펴고 있었다.
난맥상에 대한 비난이 고조되자 강원도는 발생 8일째인 14일 “헬기는 군이, 소방차는 강원도가, 예비군은 군이, 민방위대는 부단체장이 지휘하기로했다”고 뒤늦게 발표했다.
춘천=곽영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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