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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증시 파티는 끝났나

입력
2000.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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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심리 여전·여유자금 부족“비상구가 없다.”

미국 신경제의 상징인 증시가 추락을 거듭하며 투자자들의 패닉 현상이 가중되고 있다. 수익전망이 불투명한 첨단기술주 등 ‘신경제’ 종목에서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되는 ‘구경제’종목으로 말을 바꿔 탄 투자자들은 14일 불루칩마저 정리하는 ‘대학살(blood-bath) ’에 나섰다.

이로 인해 나스닥과 다우존스 공업평균지수 모두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 1987년 10월의 ‘블랙먼데이’분위기가 시장을 엄습했다. 일부 분석가들은 “파티는 끝났다. 17일에도 투매가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늘이 고비

뉴욕발 폭락세는 아시아 및 유럽을 강타할 것으로 보인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예상했다. 세계 증시가 동반 붕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 시금석이 될 미 증시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낙관보다는 비관이 앞선다.

불안심리가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은데다 여유자금도 넉넉치 않기 때문이다. 폭락직전 나스닥과 다우가 정반대로 움직인 것은 시장 전체를 상승시킬 자금이 충분치 않다는 증거라고 MSNBC방송이 보도했다.

물론 나스닥 지수가 최고치 대비 34.2% 떨어진 반면 다우는12.07% 하락에 그쳐 저가 매수세가 살아나면 상승가능성도 없지 않다. 월가에선 월요일(17일)을 고비로 보고 있다. ‘먼데이’는 월가에서 항상 불길한 날이다.

엇갈리는 전망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증시 기조가 무너질 수 있음을 우회적으로 경고했다. 그는 이날 미 기업연구(AEI) 모임 연설에서 “주가는 본래 예측 불가능하다”면서 “투자은행들은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시장 붕괴에 따른 손실에 대비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증시 대폭락에도 불구하고 미국경제는 장기적으로 꽤 낙관적”이라고 전망했다. 로렌스 서머스 재무장관도 15일 워싱턴 선진7개국(G7) 재무장관 회담뒤 “미 인플레가 적절히 조절되고 있으며 경제의 펀더멘텔도 건전하다”고 안정을 강조했다.

금리인상 우려가 기폭제 14일 폭락장은 3월중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1개월만에 최고치인 0.7% 증가하고, 산업생산이 15개월 연속 상승했다는 발표로 촉발됐다.

특히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을 제외한 핵심 CPI는 0.5% 상승, 5년래 최고치를 보였다. 이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5차례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진정되지 않고 있다는 증거로, 내달 16일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최대 0.5%포인트 올릴 것이라는 우려를 낳았다.

그러나 일단 주가가 큰 폭으로 조정됐기 때문에 금리 인상폭이 0.25%포인트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정도는 시장에 반영돼 있는 상태다.

빚내기 투자가 폭락 가속 일반 투자자들의 과도한 신용융자도 폭락을 부추긴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융자는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고 증권사로부터 빌린 투자자금. 강세장에선 주가의 상승을 이끌지만 약세장에선 하락 압력으로 작용한다. 주가가 떨어지면 증권사들이 해당 주식 처분이나 빚 상환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신용잔고는 주가 단기급등에 따른 데이트레이더들의 투기심리로 3월말 현재 2,785억달러를 기록했다.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지만 지난해 10월이후 50%이상 증가한 것이다. 이들 ‘빚내기 투자자’들은 최근 2주간 주가 급락으로 증권사의 엄청난 상환 독촉에 시달린 끝에 공황적 투매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정희경기자

hk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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