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결과는 더 이상 ‘3김시대’라는 용어 사용이 어색할 정도로 ‘3김’의 위상에 큰 영향을 미쳤다.가장 심한 타격을 입은 사람은 JP(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 그는 자신의 아성인 충청권 24석중 절반도 못되는 11석만 건져 교섭단체 구성마저 실패했다.
일부 언론에는 JP의 몰락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JP는 자민련 재건을 통한 정치영향력 유지에 나설 것이지만 뜻대로 될 지는 미지수다. 그가 구사할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정치권 안팎에서 그의 퇴진 압력이 높아질 개연성조차 있다. YS는 직접 4·13총선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정치적 타격은 만만치 않다. 총선전 한나라당의 공천파동과 민국당창당 전후 한나라당과 민국당 실력자들이 경쟁적으로 상도동을 찾아 지지를 ‘애걸’할 때만 해도 YS가 이번 총선을 통해 자신의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민국당 바람이 영남권 특히 부산권에서 맥을 못추면서 상황은 전혀 달라졌다. 민국당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하지 않음으로써 그나마 최소한의 체면은 유지했지만 YS의 선택이 더 이상 정국의 변수로 부상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DJ도 따지고 보면 이번 총선에서 ‘잃은 자’로 분류된다. 우선 민주당이 제1당 부상에 실패한 것은 그의 정치적 입지를 좁히고 있다.
물론 현직 대통령이자 국가원수 로서의 DJ의 영향력은 살아 있다. 또 남북정상회담 등 그의 ‘정치적 주가’를 떠받칠 호재들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민주당을 통한 정국 주도권확보가 어려워짐으로써 국정운영과 정국을 끌어나가는 데 있어 많은 제약을 감수해야만 할 처지이다. 당 장악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임기후반에 들어 권력누수현상이 일어나기 쉽고 더 이상 공천권을 행사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3김씨가 자신들의 정치적 영향 유지하는데 의기투합, 내각제를 추진하는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정치적 입지를 굳힌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나 민주당의 이인제 선대위원장 등 정치권내 내각제 반대파들이 버티고 있는데다 여론도 내각제추진에는 부정적이어서 내각제추진을 통한 3김의 부활은 현실성이 극히 희박해 보인다.
이런 점에서 4·13총선은 30년 우리정치를 주름잡아 왔던 3김의 시대에 마침표를 찍었다고 볼 수 있다.
이계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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