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니사가 지난달 선보여 폭발적 인기를 끌어 온 가정용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2’(PS2)가 지나친 고성능으로 잇따라 말썽이다.일본 통산성은 최근 PS2의 그래픽 화상처리 능력과 전용메모리카드의 성능이 너무 뛰어나 군사용으로 전용될 우려가 크다며 게임기로서는 처음으로 수출·해외 반출 규제가 적용되는 ‘통상병기 관련품’으로 지정했다.
PS2의 중앙처리장치(CPU)와 부속품인 메모리카드가 미사일 유도장치 부품 등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PS2의 그래픽 처리 능력이 소형 슈퍼컴퓨터와 비슷한 수준에 이르러 ‘3차원 화상 생성 속도’가 법률이 금지한 ‘초당 300만 단위’를 넘었다는 데 주목했다.
이에따라 소니는 PS2를 2대이상 해외반출· 수출하고자 할 경우 통산성 장관의 허가를 필요로 하게됐다. 특히 일본의 어업용 장비가 북한의 잠수정 장비로, 민수용 광학 기기가 이란의 대전차 로켓포 조준경 눈금판으로 전용된 사례로 보아 북한 및 중동지역에 대한 반출은 엄격히 규제될 전망이다.
앞서 PS2의 DVD(디지틀비디오디스크) 재생 기능을 활용한 음악·영화 DVD의 불법 복제가 잇따라 대량 회수 소동을 빚기도 했다. 모두 뛰어난 성능이 빚고 있는 말썽이란 점에서 소니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소니는 성능 저하 등 대응조치를 취할 수 없는 형편이다. 세가나 닌텐도(任天堂) 등 국내 업체는 물론 미 마이크로소프트까지 뛰어든 고성능 게임기 개발 경쟁 때문이다. 더욱이 문제가 된 화상처리 능력은 고성능 게임기 개발 경쟁의 핵심이기도 하다.
현재 PS2는 일본 국내 수요에도 맞추기 어려워 해외 수출은 가을 이후에 시작할 예정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3월말까지 생산된 140만대 가운데 상당량이 아시아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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