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에서 새롭게 강조되면서 바람직한 변화로 평가되는 것은 시민운동단체의 낙천·낙선운동과 후보자 신상정보를 비롯한 선거관련 정보의 유통과 소비가 어느 때보다 활발했다는 점이다. 그 중에서도 여론조사와 사이버공간에서의 선거관련 정보 유통은 매우 활성화했다. 그러나 이런 변화들은 현행 선거법 상의 모순과 한계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이렇게 볼 때 우선 현행 선거법 상의 선거운동기간제도는 폐지돼야 한다. 이로 인해 생기는 문제가 한 두가지가 아니다. 정치인의 모든 행위는 결과적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는 만큼 선거운동과 선거운동이 아닌 것을 구분하려는 발상부터가 비현실적이고 비논리적이다.
여기에 더하여 선거법은 선거운동기간이 아니더라도 통상적인 정당활동은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정당에는 선거대책기구나 후원회를 둘 수 있도록 했으며, 의정보고회는 어느 때든 열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결국 정당원이나 현역의원의 경우는 언제나 선거운동에 나설 수 있는 반면 무소속이나 신진정치인은 16일이라는 짧은 선거운동기간에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제한해 놓은 꼴이다.
이는 명백히 평등선거의 원칙이나 기회균등의 원칙에 위배되는 일이며 실제로 정치권의 기득권을 확대 보장해주는 장치로 작용해 왔다.
이로 인해 공익지향적인 시민운동단체의 적극적인 선거참여가 제한되는 문제점도 낳았다. 시민운동단체의 낙천·낙선운동은 처음부터 국민의 가장 기본적인 참정권 행사양식 중의 하나이며 표현의 자유에 의해 보호받아야 마땅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선거운동기간제 때문에 후보자 등록 전에는 사실상 아무 일도 해서는 안되도록 되어 있다. 단체의 선거운동은 당연히 허용되어야 하며 이런 문제의 출발점이 되는 선거운동기간제는 폐지되어야 마땅하다.
또한 인터넷을 통한 선거운동과 선거정보의 확산현상은 이미 미래의 일이 아니다. 그런 만큼 사이버시대에 걸맞은 선거관리제도와 선거법제의 개선은 필수적이다.
선거정보의 보호와 관리를 위해 선거관련 홈페이지에 대한 해킹이나 시스템 파괴 방지는 물론이고, 홈페이지를 통한 개인유세나 토론회 등에 대해서도 공정성이 보장되도록 구체적인 관리법제를 마련해야 한다.
선거관련 정보의 확대와 관련하여 여론조사결과를 선거운동기간에 공표하지 못하도록 한 것도 개정되어야 할 부분이다. 여론조사결과가 공표되지 않기 때문에 유권자는 사실상 귀머거리선거를 치르는 것과 같다. 보다 정교하고 신속한 정보를 유권자에게 전달하여 그들로 하여금 보다 합리적인 선택에 이르도록 지원하는 일은 이제 현대사회에 있어 필수적 과제다.
다만 선거일 직전에 왜곡된 여론조사결과가 유포되어 조작된 정보의 검증 기회가 박탈된채 선거에 임하도록 해서는 안될 것이다. 선거일 이틀 전부터는 지금과 같이 여론조사결과 공표를 금지하는 것이 좋겠다.
이 밖에도 1인2표제 도입, 표의 등가성 확보를 위한 선거구획정위원회 구성방식의 개선, 18세로 선거권자 연령을 인하하는 일, 일반유권자에도 부재자투표 범위를 확대하는 일, 공천과정의 민주성 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의 개선 등도 선거법 개정과정에서 꼭 다루어져야 할 핵심적 과제다.
박재창 / 숙명여대교수 의회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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