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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386은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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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386은 다를까

입력
2000.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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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하고 나오면서 괜히 화가 치밀었다. 귀중한 한표를 행사한다는 것이 고작 당수나 당 수뇌부가 입맛따라 골라놓은 후보에게 표를 찍는 것이니, 한 표의 가치가 무의미해졌다.거의 모든 유권자들이 결국 청와대나 당 보스가 골랐거나, 정치적 타협에 의해 공천된 사람에게 투표한 셈이다. 우리 국민들은 이런 불공정한 선거 게임에 50년동안 동원되어 왔다.

■이번 선거로 국회는 약 35%의 초선의원으로 채워진다. 숫자만으론 혁명적이다. 그러나 그들의 갈 길은 뻔하다. 찍어준 유권자의 뜻을 따를 것 같지만, 대부분 청와대나 당수의 의중을 읽는데 더 관심을 둘 것이다.

국회의사당에서 충돌이 생기면 그들은 어김없이 당 수뇌부의 돌격대가 될 것이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다. 정당의 보스가 유권자보다 그들을 국회의원이 되게 하는데 더 큰 힘을 행사했고, 당선된 이상 재선을 위해서는 그게 더 편하다는 생각을 굳힐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이슈다운 이슈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후보자의 자질에 대한 시비였다. 법적 하자(瑕疵)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대표로서의 적합성을 지적하는 목소리였다. 시민운동의 방법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시민운동 자체가 독단적 판단에 함몰할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 그러나 본질은 보스가 권횡하는 정치를 이제 그만 끝내자는 주장으로 좋게 해석할 수 있다. 보스정치가 지역감정을 어디로 끌고 가는 지는 이번 선거에서 더 자명해졌다.

■이번 선거에서 386후보들이 당 수뇌부의 총애도 받았지만 유권자의 지지도 크게 얻었다. 당선소감에서 이들은 보스정치에 대한 강한 비판을 하고 나섰다. 현역의원 위주로 되어있는 선거법의 모순을 지적하고 있다.

뭔가 달라질 것 같이 믿음직스럽기도 하지만 옛날에도 많이 듣던 이야기다. 다음 선거에 보스 정치와 밀실공천을 없애려면 지금부터 그들이 준비해야 한다. 386의원들이 보스정치의 개혁에 나설 것인지, 아니면 보스정치의 편리함에 빠져들 것인지 그게 관심거리다. /김수종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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