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지성사-토지문화재단 시낭송회‘시의 숨결’을 되찾자. 일반인은 물론 독서대중으로부터도 점점 멀어지고 있는 한국 시(詩)의 부흥을 위한 문학계의 움직임이 조용히, 그러나 힘있게 일고 있다. 최근 계획되고 있는 일련의 규모와 깊이를 갖춘 낭송회 개최 움직임은 문학인 공통의 위기의식과 자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현대시가 노래로서의 성격과 기능을 상실한 지가 오래 됐습니다. ‘인류와 함께 하는 가장 오래된 문화양식’인 시의 바른 자리매김을 위해 이제 적극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합니다. ” 이달부터 ‘시의 숨결’이란 이름으로 매월 낭송회를 열기로 한 문학과지성사 대표 채호기 시인은 이렇게 말했다.
‘토지’의 작가 박경리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토지문화재단도 22-23일 ‘시인과 환경’을 주제로 50명의 국내 대표적 시인들과 평론가 10명, 문학전공 대학원생 및 일반 독자들이 참여하는 대토론회 및 낭송회를 연다.
‘시의 숨결’은 매월 세번째 월요일 저녁 서울 종로구 사간동 금호미술관(02-720-5114) 뮤직홀에서 문학과지성사 및 금호문화재단, 우경문화재단의 공동 주최로 열린다. 4월 황동규 시인을 시작으로, 정현종 오규원 최하림 김명인 김광규 김혜순 김정환 황지우 이성복 시인 등이 차례로 내년 1월까지 낭송회를 열기로 확정됐다.
이 낭송회는 시인의 자작시 낭송과 평론가와의 대담, 시인의 지인을 중심으로 타 장르 공연예술인 초청공연, 시인이 토로하는 시와 삶에 대한 이야기, 전문 낭송가와 연극배우 동료시인 및 일반독자의 시 낭송, 관객과의 대화 등 다채로운 내용으로 꾸며진다. 특히 문학과지성사는 행사현장의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녹음·녹화해 후세에 한국문학의 자료로 전하는 한편 테이프를 일반에 실비로 판매할 계획이다.
채호기 시인은 “‘시의 숨결’은 시인의 육성과 실제 모습을 통해 날것의 이미지로 드러나는 시와 독자가 직접적으로 만나는 축제의 자리가 될 것”이라며 “시를 생활에 되돌려주고 다른 문화 분야와의 소통을 위한 통로 마련을 위해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 관심에서 점차 멀어지는 우리 시문학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시인은 물론 출판사와 공연관계자, 문화운동가 내지는 문학 애호가와 언론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지문화재단 주최 ‘시인과 환경’도 같은 의도에서 기획됐다. 주최측은 “진정한 시인은 자연의 숨소리와 삶의 진정성을 담은 노래로 시대를 새로 깨울 수 있다. 생명의 정수를 가꾸고 노래하는 시인이 요즘처럼 존귀한 때도 없었다”며 2000년 재단의 첫 행사로 시 낭송회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 행사는 ‘생명 우주율 시’(이성선 시인) ‘새로운 세기에도 시인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최동호 고려대교수) ‘환경문제와 현대시’(김광규 시인)에 대한 주제발표 및 토론과 낭송회로 진행된다. 정진규 이수익 오탁번 유안진 김명인 이건청 이하석 문정희 이기철 임영조 신달자 이문재 장석남 나희덕씨 등 노·소장 시인들이 대거 참석한다.
최동호교수는 “시인은 다른 사람이 갖지 못한 비전과 사명감으로 인해 그 어떤 다른 권력보다 강한 힘을 가질 수 있다”며 “시인이 사라진다면 21세기에는 우리 모두가 사이버공간에서 마비된 채로 환상이 불러 일으키는 불꽃 속으로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새로운 시대 시인의 존재 의의를 말했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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