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야대로 결말이 난 새 천년 첫 총선이 던지는 함의는 상쟁(相爭)보다는 상생(相生)의 강조에 있다고 할 수 있다.제1당 한나라당에는 집권세력의 독선을 견제하는데 충분한 의석을, 선전한 집권당에도 대화와 타협으로 국정을 수행하는데 부족함이 없는 의석이 배분됐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어느 정파도 과반의석 확보에는 실패함으로써 향후 정치권 구도의 재편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총선결과가 밝혀진 후 여야는 대화와 타협의 정치, 상생과 대도의 정치를 표방함으로써 적극적인 총선민의 수렴자세를 보였다. 다행한 일이다. 우리는 이같은 다짐이 잘 지켜지는지 지켜볼 것이다.
역대 총선사상 가장 낮은 57.2% 투표율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국민들의 정치 무관심, 혹은 냉소주의 경향은 심각한 수준이다. 두사람 가운데 한사람이 사실상 투표권 행사를 포기한 사태는 참여 민주주의라는 대의와는 분명 동떨어지는 일이다.
이번 총선에서도 우리정치의 고질적 병폐인 지역주의가 판을 쳤음이 드러났다. 민주당이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한나라당을 누르고, 또 충청 강원지역에서는 선전했으나 영남권 교두보마련에는 실패했다. 마찬가지로 한나라당 역시 영남권은 석권했지만 호남에서는 완패하고 말았다.
다만 그렇게도 지역주의로 충청표심에 호소했던 ‘JP 자민련’이 교섭단체 구성의석에도 못미친 퇴조현상을 나타낸 것으로 위안 삼기에는, 지역감정의 골은 아직 너무 깊고 넓다.
현재와 같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親DJ, 反DJ 지역분할 구도는 정치권이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다. 선거를 사흘 앞두고 발표된 남북정상회담 합의가 한나라당 위기론으로 연결돼 영남표 결집에 오히려 크게 기여했다는 사실은 우리사회 지역주의가 얼마나 갈데까지 갔는지를 반증한 좋은 사례다.
한때 가시권에 들었던 진보정당의 원내진출이 또 좌절됨으로써 우리정치의 완강한 양당체제 선호와 이념적 경직성을 다시 입증했다. 또한 이번 총선의 가장 특징적인 면모는 무엇보다도 시민단체의 선거참여였다고 할 수 있다.
주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낙선운동이 70%의 성과를 거두었다는 사실은 의미가 매우 크다. 다만 이 낙선운동도 한나라당 아성 영남권에서는 맥을 추지 못했다. 이것 역시 지역의 벽을 실감하게 한 사례다. 이번에도 일부 매체의 출구조사(Exit Poll)보도는 적지않은 파문을 일으켰다. 무리한 예측과 결과적인 오보로 인해 초래된 혼란과 피해에 대해 적절한 사과가 있어야 할줄 안다.
중요한 것은 정치권이 총선민의를 겸허하게 수렴하는 일이다. 여야가 상생의 새 정치를 보여주기를 거듭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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