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마들을 보려면 아랍으로 가야 한다.’아랍 에미리트의 왕세자이면서 국방장관직을 맡고 있는 셰이크 모하메드는 당대 최고의 경마후원자로 꼽힌다. 세계 각지에서 명마들을 집중적으로 사들이는 것은 물론 대상경주대회도 개최하는 등 경마와 관련된 것에는 좀체 돈을 아끼지 않는다.
모하메드왕자가 열렬한 경마팬이 된 것은 영국 캠브리지대 유학시절로 거슬러 올라 간다. 엄청난 재력가인 그가 영국에서 처음 느낀 것은 소원함이었다. 돈도 많고 아랍의 왕족 출신인데도 도대체 영국사람들의 대접이 아랍에서와 같지 않았다. 영국인들의 입장에서도 도리는 없다. 자신들이 식민지로 삼고 있던 지역 출신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 남아 있어서다.
세계를 주름잡던 강대국의 시민이라는 자존심은 드러내지 않아도 여전히 맘 속 깊은 곳에 남아 있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이방인을 좀체 그들의 이웃으로 받아들여 주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어쨌든 모하메드왕자로서는 섭섭하기 그지 없었다.
융숭한 대접은 못받더라도 영국인들과 같이 어울리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 그러던 어느날 기숙사에서 한 마디를 듣는다. “영국인들은 경마를 좋아하니 말을 사서 자키클럽(마주협회)에 가입하면 어울릴 기회가 많다”는 충고였다.
그렇게 영국 상류사회에 진입하게 된 그는 소원을 풀었다. 이후 열렬한 경마 후원자로서 세계의 명마들을 거금을 들여 사들이기 시작했다.
프랑스 영국 호주 미국 등 4개국에 자신의 목장도 만들었다. 4년전에는 두바이월드컵경마도 창설했다. 대상경주중 상금이 가장 많아 세계최고로 평가되는 이 경주는 해마다 120개국서 위성중계할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
올해 대회에서는 모하메드왕자가 소유한 말 ‘두바이 밀레니엄’이 우승컵을 안았다. 모하메드는 우승을 위해 말 이름을 야릭에서 개명까지 했을 정도로 우승에 집착했다. 중동국가의 오일 달러가 위세를 부리는 한 아랍경마의 강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박원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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