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배를 마신 중진 낙선자들은 하나같이“초선도 아닌데 구구하게 누구를 원망하고 누구를 탓하겠느냐”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말끝에는 “바람을 감당하기 힘들었다”“지역구도에 희생됐다”는 등 여전히 할 말이 많은 눈치다.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로부터 ‘팽’당한 뒤 기사회생을 노리다 신진인사에게 일격을 당한 민국당 김윤환(金潤煥)최고위원은 14일 오전 정상적으로 지구당 회의를 주재하는 등 겉으로는 담담해 보였다.
김의원은“달리 무슨 말이 필요하겠느냐”며 말을 아꼈지만, 측근들을 통해 “유권자들이 별로 탐탁찮은 한나라당 상품을 바람에 편승해 선택했는데 어찌 하겠느냐”는 낙선의 변(辯)을 밝혔다.
제자에게 패배를 당한 민국당 이수성(李壽成)고문도 이날 “칠곡에서 며칠 쉬다가 서울에 올라가겠다”고 만 말할 뿐 담담한 표정이다.
민국당 신상우(辛相佑)최고위원은“부산 사람들이 단결하는 모습은 보여줬지만 정치에는 성공하지 못한 것 같다”며 아쉬움을 전했고 이기택(李基澤)최고위원도“다른 방법으로 부산 시민들에게 보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는 말로 낙선의 변을 대신했다.
그러나 적극적 해명과 함께 격앙된 감정을 숨기지 않는 인사도 있었다. 자민련 박철언(朴哲彦)부총재는 낙선이 확정되자 발빠르게 보도자료를 내고 “대구시민의 뜻이라면 겸허히 받아들이겠지만 이번 총선은 지역감정에 따른 엄청난 싹쓸이 투표”라고 주장했다.
지역 감정 타파를 호소하며 부산에 뛰어들었다가 분루를 삼킨 민주당 노무현(盧武鉉)부총재도 “결과가 너무 황당하다. 패배 원인을 정밀 분석해봐야겠다”며 수긍이 가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386후보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다 낙마한 한나라당 이세기(李世基)의원은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의원측은 “개표결과가 지난 대통령선거때와 똑같은 분포”라고 말했다.
3전4기에 성공한 정인봉(鄭寅鳳·한나라당)후보에게 일격을 당한 민주당의 이종찬(李鍾贊)부총재측도 “지금은 전혀 얘기할 기분이 아니다”고 말해 충격파가 만만찮음을 내비쳤고 ‘물구나무를 서서라도 원내에 들어가겠다’던 민국당 김상현(金相賢)의원도 연락을 끊은채 칩거에 들어갔다.
이동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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