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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없는 무더기 박빙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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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없는 무더기 박빙 드라마

입력
2000.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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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곳에서 불과 수십-수백표를 놓고 밤새 엎치락 뒤치락…. 이런 선거는 처음 봅니다.”13일 오후 6시 투표함이 열린 4·13총선은 선거구 곳곳에서 밤이 깊어갈수록 1-2위간에 간발의 표차를 놓고 피 말리는 접전을 벌여 유권자들은 손에 땀을 쥐며 밤을 지샜다.

227개 선거구 중 13일 밤 11시를 넘기고도 1위와 2위가 적게는 1표, 많게는 수백표차로 박빙의 개표드라마를 연출한 곳은 무려 30여곳. 유권자들은 전북 김제에서 11시15분께 이건식(李建植·무소속)후보가 장성원(張誠源·민주) 후보를 1표차로 앞서는 것을 보며 탄성을 질렀다.

경기 군포에서는 80%를 개표하고도 김부겸(金富謙·한나라)후보와 유선호(柳宣浩·민주)후보가 27표 차를 보여 개표가 끝날 때까지 양측 관계자들의 숨을 죽이게 했다.

충북 진천·괴산·음성의 김진선(金鎭渲·민주)후보와 정우택(鄭宇澤·자민련)후보도 오후 10시30분께 60%이상을 개표했으나 85표차로 1위와 2위를 달리며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초경합’을 벌였다.

총선 개표가 흥미진진한 드라마를 연출하자 유권자들은 밤잠을 설치며 14일 새벽 최종결과가 나올 때까지 TV와 인터넷 개표중계에 눈과 귀를 모았다. 서울과 수도권신도시 등의 아파트촌에는 자정을 넘긴 후에도 불빛이 꺼진 집을 찾기 어려웠고, 맥주집 등에서도 가족·친지와 친구들끼리 모여 밤 늦게까지 TV개표중계를 지켜보았다.

서울 동작구 최모(41·회사원)씨는 “총선과 대선 개표를 10차례 이상 보았지만 이곳 저곳에서 줄곧 안개 속을 달리는 개표는 처음”이라며 “내가 찍은 후보의 당선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밤샘을 새다시피했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시 이모(39·주부)씨는 “미리 짜여진 각본에 따라 진행되는 드릴러를 보는 느낌이었다”며 “남편과 함께 밤을 세웠지만 시간 가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386세대와 보수적인 후보, 지역색이 다른 후보 등이 맞선 곳에서 주로 접전이 벌어졌다”며 “박빙의 드라마는 신-구간, 지역간 대립이 여전한 과도기적 상황을 대변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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