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동해안 산불지역의 투표는 전날의 우려와는 달리 대체로 정상진행됐으나, 투표율은 역시 현저히 낮아졌다.13일 오후 3시 현재 삼척은 53.9%(15대 같은 시각 65.9%), 동해 50.9%(55.7%), 강릉 47.7%(53.2%)로 집계됐다. 다만 경북 울진지역은 63.7%로 예년(62.2%)보다 오히려 높아졌다.
○…각 피해지역의 읍·면 사무소들은 산불로 신분증을 잃은 주민들에게 신속히 주민등록증을 재발급하고, 각 선관위들도 이재민들에게는 주민등록원본 확인만으로도 투표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했다.
경황 중에도 투표를 한 피해지역 유권자들은 “매년 반복되는 자연재해에 대해 확실한 대책을 마련해 줄 일꾼을 뽑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오전 여전히 연기에 덮여있는 삼척군 미로면 제1투표소에 나온 박화균(朴花均·여·68)씨는 “불 잘끄는 의원이 최고”라며 쓴 웃음을 지었다.
마을의 태반이 폐허로 변한 근덕면 궁촌리 투표소는 이재민 대피소인 궁촌초등교에 마련됐다. 이 곳에서 밤을 새운 김모(60·여)씨는 “심신이 다 지쳤지만 후속대책을 잘 세워 줄 사람이나마 골라야겠다”며 한표를 행사했다.
○…동해시 천곡동 제5투표소에 나온 김남희(金南姬·여·51)씨는 “지금도 방안에 검은 잿더미가 가득해 정신이 하나도 없지만 그동안 유세하느라 고생한 후보를 생각해서 찾아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지역 선거사무원 박혜영(42·여)씨는 “산불진화때문에 투표자 대부분이 노인과 부녀자이고, 20∼40대 남자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전했다.
김태훈기자
dejav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