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도서연구회’회원인 김은경(33·주부·서초구 양재동)씨는 잔소리대신 동화로 아이를 키운다.똥누기를 무척 싫어하는 큰 아이에게 그는 똥과 관련된 동화를 계속 들려주었다.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사계절)‘강아지똥’(권정생저·길벗어린이)‘아기코끼리의 똥’(지경사) ‘끙끙 응가놀이’(웅진) 등을 읽어주면서 “똥이란 누구나 누는 것”이란 것을 이해시켰다.
예민한 작은 아이는 조금만 야단쳐도 크게 상처받는 타입. 이 아이를 위해 들려준 이야기는 ‘안돼, 데이빗’(지경사)이었다. 말썽꾸러기 데이빗을 쫓아다니면서 엄마가 하루종일 하는 대사는 ‘안돼, 데이빗’이 전부다. 김씨는 아이를 무릎 위에 앉혀놓고 동화 속의 데이빗을 심하게 야단쳤다. 아이가 그날 잘못한 일들을 책 내용에 섞어 읽은 뒤 마지막으로 ‘그렇지만 엄마는 데이빗을 사랑한단다’라는 동화를 읽어주며 아이를 꼭 껴안아주었다. 데이빗이 야단맞을 때마다 가슴이 콩닥거리던 작은 아이는 이 부분을 너무 좋아해 잠들 때마다 읽어달라고 조른다.
아이는 ‘잘못했기 때문에 야단맞는 것이지 엄마가 나를 미워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사실을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듯 했다.
동화는 아이에게 좋은 버릇을 가르치고 마음을 다독여주는 좋은 보모와 같은 존재이다. 아이는 동화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시켜 더 쉽게 마음을 열고 교훈을 얻기 때문이다.
어린이도서연구회 이성실 그림책분과위원장은 “동화를 상황에 따라 골라 읽히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그는 동생이 태어난 뒤 상처받은 아이를 위해서는 ‘피터의 의자’(시공사) ‘병원에 입원한 내동생’(한림) ‘순이와 어린 동생’(한림) 등을 추천한다. 소심한 어린이에게 용기를 북돋워주는 책으로는 ‘뛰어라 메뚜기’(보림) ‘짜장 짬뽕 탕수육’(제미마주) ‘빙산 루리와 함께 북극에서 남극까지’(문학동네) ‘칠판 앞에 나가기 싫어’(비룡소) 등이 있다.
‘마음을 치유하는 동화세계’를 펴낸 서울교대 곽노의(교육학과)교수는 특히 세계 명작동화를 권한다. 그는 “한 민족의 지혜가 쌓인 전래동화는 보편적인 갈등과 이를 극복하는 과정이 담겨있어 아이들에게 세상을 가르치는 좋은 교과서가 된다”고 설명한다.
곽교수는 자기 몸에 대해 열등감을 지닌 아이들에게는 안데르센의 ‘엄지공주’를, 거짓말하는 아이에게는 ‘피노키오’를, 허영심이 많은 아이에게는 이솝우화‘까마귀와 여우’를 들려줄 것을 권한다. 권선징악이 분명한 옛이야기는 특히 가치판단이 싹트기 시작하는 4-5세의 어린이에게 도움이 된다.
김은경씨는 “동화책을 한 두번 읽어주고 말 것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읽어주면서 동화에서 얻은 교훈을 생활화할 것”을 권한다. 동화를 읽어주면서 “앞으론 이렇게 해야되겠지?”하는 식으로 잔소리를 끼워넣지 않도록 한다. 아이가 책을 감동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따뜻하게 읽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김동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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