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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문 영진위부위원장, "나운규연구 북한서 내冊 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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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문 영진위부위원장, "나운규연구 북한서 내冊 도용"

입력
2000.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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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우리 연구자료를 그대로 배꼈다. 그것도 한국영화 초창기 최고 인물인 ‘아리랑’의 나운규(1902-1937)여서 더욱 놀라움을 주고있다. 조희문 영화진흥위원 부위원장(상명대 교수)은 13일 “북한이 자신의 저서 ‘나운규’(한길사, 1997년)를 무단 도용했다”며 그 증거로 북한의 저서 ‘라운규와 수난기 영화’를 제시했다.‘라운규와 수난기 영화’는 경력을 밝히지 않은 최창호 홍강성이 저자로 나와있고, 평양출판사가 388쪽 분량으로 지난해 펴낸 것이다. 이 책은 1992년부터 6년동안 우리나라와 일본의 당시 신문(매일신보, 중외신문, 아사이 신문)과 잡지(삼천리, 키네미준보)에서 찾아내 ‘나운규’에 실은 자료(사진 포함) 40여개를 토씨하나 바꾸지 않고 인용하고 있다. 심지어 실수로 ‘나운규’에서 사진의 출처를 ‘키네마준보’가 아닌 ‘매일신보’로 잘못 밝힌 것까지 그대로다.

이 자료들을 근거로 기존의 ‘항일투사적 인물’의 미화적 요소를 없애고 ‘인간, 영화인’ 나운규로 재조명한 것까지 비슷하다. 구체적 증거로 조부위원장은 자신이 처음 쓴 장난꾼, 문제아, 학구파란 나운규에 대한 수식어를 북한 책이 제목으로 사용한 것을 들었다. 전체적으로 볼때 80%이상 자신의 저서‘나운규’와 같다는 것이 조부위원장의 설명.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지만 오류 부분까지 같다는 것은 분명 내 책을 베꼈다는 말이 된다. 더구나 출처를 전혀 밝히지 않아 황당하다. 남북한 관계를 떠나 연구자로서 자세가 아니다.”

이같은 사실을 알게된 것은 지난달 우연히 일본에서 두 책을 비교해 본 사람이 조부위원장에게 알려 주면서 밝혀지게 된 것. 조부위원장은 우선 통일부에 북한주민접촉 승인을 요청해 경위를 알아보고 항의도 할 계획이다. 그는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를 통해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됐다고 했다. 북한 역시 나운규에 대한 자료가 없다는 것. 나운규에 대한 시각이 과거(사회주의적 저항운동가)와 달리 엄청나게 바뀌었다는 것.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의 영화 연구를 주목하고 있으며, 공감대도 형성되고 있다는 것. 따라서 남북교류가 활성화하면 적어도 한국영화사에 대한 공동 논의가 전혀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조부위원장의 기대이다.

/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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