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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성](5) 노년의 성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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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성](5) 노년의 성욕

입력
2000.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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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호모 에로티쿠스' 라고 정의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인간의 섹스는 동물의 교미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발정기의 유무, 그리고 종족보전의 본능이냐 혹은 쾌락지향이냐가 그 차이일 것이다.더욱 확연한 차이는 성욕의 형성과정이다. 물론 인간도 동물과 마찬가지로 성호르몬의 분비에 따라 성적인 반응과 기능이 달라지지만, 인간의 섹스에는 또 하나의 보조장치가 마련돼 있다. 바로 대뇌의 신피질이라는 구조이다.

신피질은 자신의 감정과 충동을 언어를 통해 정리하고 통제하는 곳. 성욕, 식욕, 수면욕 등 동물적 본능을 담당하는 곳은 뇌의 사상하부지만, 인간은 시상하부에서 느끼는 성욕을 대뇌의 신피질을 통해 증폭하기도 억제하기도 한다. 인간만이 성욕을 느끼는 대상과 정도가 다르고 변태 성욕이 생기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나이가 들면 당연히 성호르몬이 감소하고 성욕도 감퇴하지만, 이는 인간이 갖고 있는 동물적 조건에 지나지 않는다. 뇌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성호르몬의 감소 정도는 큰 차이를 보인다. 한 통계에 따르면 정신노동자들이 육체노동자보다 성욕이 강하다고 한다.

뇌의 활동이 많은 사람들이 성적으로도 민감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문적 지식이 많거나 계산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성적으로 유리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뇌의 활동이란 풍부한 감성으로 일상에서 끊임없는 관심과 상상력을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70대에 어린 아가씨와 열애를 했다는 피카소의 정력은 아마도 늙어서까지 예술가다운 풍부한 감성을 유지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이같은 뇌의 활동은 기본적 욕구를 담당하는 시상하부와 상호자극을 통해 성욕이나 성감을 강화시켜 준다.

화사하게 핀 봄꽃이나 아름다운 여인을 보면 점잖을 빼기보단 차라리 감탄사를 연발하자. 나이가 들었다는 핑계로 모든 것으로부터 무감각해지는 것은 노화를 재촉할 뿐이다. 일상의 모든 것에 호기심을 갖고 기쁨을 찾아내는 것. 자연의 순리인 노화에 대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아름다운 반란이다.

/하태준·선릉탑비뇨기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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