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박한 함대사령부.울진원전 주변12일 강원 동해시민들은 온 도시를 뒤덮은 거대한 화염 속에서 시시각각 다가드는 또다른 공포에 떨었다.
이날 오후 시내쪽으로 덮쳐든 불길이 천곡동 해군 1함대사령부쪽으로 급속하게 번졌다. 이 곳에는 대규모 함대 탄약고 3개와 함정용 유류탱크들이 산재해 있어 만약 불씨가 이 곳까지 날아들어 폭발할 경우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피해를 입게 되기 때문.
이에 따라 사령부는 오후 2시부터 영내 장병 500여명과 3㎞ 떨어진 군항에 정박중인 함정요원 1,000여명까지 전원 탄약고와 유류저장고 주변에 투입, 필사적인 불길 저지작전을 벌였다. 인근 관사의 군인 가족들은 동해시내 해군아파트로 긴급대피했다.
장병들은 소방차와 급수차, 화생방 제독차량 등을 총동원, 탄약고 주변에 계속 물을 퍼부어댔다. 또 포클레인으로 주변 나무와 잡초 등을 모조리 제거하고 탄약고 주변에 폭 30여m의 차단호를 팠다.
또 가용 가능한 수십대의 군 헬기를 모두 동원, 상공에서도 간단없이 물을 쏟아부었다. 특히 불꽃이 직접 날아들 수 있는 환풍구를 모두 봉쇄했다. 이로 인해 동해시 전역은 하루종일 요란한 굉음으로 덮여 마치 전시상황을 방불케 했다.
불길은 오후 6시께 탄약고 주변 차단호까지 번져 한때 심각한 위기감이 감돌기도 했으나 소방차들이 불길을 향해 집중적으로 살수, 더이상의 접근을 막았다. 탄약고 근처의 불길은 오후 8시께 일단 잡혔으나 해군측은 병력을 그대로 유지, 철야로 잔불 정리 작업을 벌이면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동해시측은 “사령부가 보유하고 있는 탄약량을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부대규모로 보아 일부라도 폭발할 경우 시가지 전체가 완전 초토화할 것”이라며 “불길은 일단 진행을 멈춘 상태이나 워낙 바람이 강하게 불고있어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특별취재반
■울진 원자력발전소도 화재비상에 돌입했다. 12일 강원 삼척에서 재발화한 산불은 이날 낮 동해안 7번 국도변의 산림을 태우며 급속 남하, 강원·경북 도계(道界)를 넘었다. 불은 이날 밤 현재 울진군 북면 부구리에 위치한 원전 북방 3㎞까지 접근한 상태다.
경북도와 울진군 당국은 원전까지 불길에 휩싸일 경우 예측불허의 재앙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주민과 예비군, 민방위대 등 1,200여명을 동원, 산불의 남진을 결사적으로 저지하고 있다. 그러나 워낙 화재지역의 산세가 험준한데다 밤이 되면서 바람이 더욱 강해지고 있어 진화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전은 밤 8시45분 울진원전에 적색비상근무를 발령하고 불길이 1㎞까지 접근할 경우 곧바로 원전가동을 중지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앞서 원전측은 낮부터 발전량을 100%에서 50%로 크게 낮춘 채 주변에 헬기 7대와 소방차 25대를 집중 배치, 긴장감 속에서 불길의 향방을 쫓고 있다.
원전주변 3개 마을 145가구 355명 주민들은 부구중학교로 긴급 대피했고, 나곡 5리 울진원전 직원사택 800가구 3,000여명도 원전내 강당으로 피해 있다.
한편 과학기술부도 이날 밤 원자력국에 임시상황반을 편성, 비상대기에 들어갔다. 이헌규(李憲奎)원자력국장은 “원전 주변에는 나무도 없고 하천이 가로막고 있는데다, 원전의 방재시설도 완벽해 ‘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삼척군과 울진군은 울진군 북방 2㎞ 지점에 있는 가곡천을 최후 저지선으로 설정, 인력과 헬기 소방차 등을 총동원 해 필사적인 남하 저지작전을 폈으나 불씨는 오후 1시25분께 강한 바람을 타고 폭 400m가 넘는 하천을 순식간에 뛰어 넘었다. 이후 불길은 곧바로 울진군으로 진입, 검성리와 고포리 쪽 두곳으로 나뉜채 거침없는 남진을 계속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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