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가 상반된 두 여자가 양극단의 캐릭터로 나선다. MBC가 ‘나쁜 친구들’후속으로 26일부터 방송할 수·목 미니시리즈 ‘이브의 모든 것’(박지현 극본, 이진석 연출)의 채림과 김소연. 이 드라마에서 아나운서로 분한 두 여자는 뉴스 앵커 자리와 사랑하는 남자를 놓고 경쟁을 벌인다.■채림
그녀는 한 숟가락씩 밥을 팍팍 퍼 씩씩하게 먹는다. 그리고 촬영장에서 연신 재잘거리며 생글 생글 웃는다. 분홍색 니트 상의가 봄빛에 더욱 빛난다. 스물 한 살. 그녀가 구축한 이미지와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는 순간이다.
채림은 요즘 대중이 가장 선호하는 이미지의 중앙에 서 있다. SBS ‘카이스트’ 와 MBC ‘점프’에서 귀여움과 발랄함과 함께 선머슴 같은 중성적 이미지다.
그녀를 스타로 부상시킨 ‘사랑해! 당신을’에서 교사와 사랑을 이루는 천방지축 학생 역 역시 이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사람들은 채림 같은 스타일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그래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그녀를 좋아한다.
하지만 중성적인 이미지에 함정이 있다. 캐릭터만 웬만히 소화하면 눈길을 끌 수 있기 때문에 연기력을 키울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채림을 두고 연기력있는 탤런트라는 평가가 나오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제 시험대에 올랐다.‘이브의 모든 것’에서 착한 심성을 가지면서 노력으로 앵커 자리를 차지하는 아나운서 역할을 한다. 그녀의 외모는 앵커가 갖는 이지적인 분위기가 동떨어진다. 또한 성격이 강하지 않은 평면적인 인물로 물흐르는 연기력이 필요하다. 상대역을 맡은 김소연은 출세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캐릭터여서 더더욱 그렇다.
연기 경력 4년, 겁없는 서울예술대학 방송연예과 1년생 채림도 예쁘고 착하게 그려지는 이번 캐릭터가 부담스러운 모양이다. 최선을 다하겠다며 웃는다. 드라마가 끝난 후 채림의 웃음이 이어질지는 순전히 연기력에 달려있다.
■김소연
그녀는 소리없이 다소곳하게 밥을 먹는다. 긴 머리가 청순함을 더해준다. 스무 살의 김소연. 생기발랄해야 할 신세대다. 하지만 그녀에게서 풍기는 분위기는 청순가련함이다. 그녀의 큰 눈과 긴 얼굴에서 깊이를 알 수 없는 슬픔마저 느껴진다.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연기를 시작한 그녀가 그동안 맡은 캐릭터 역시 슬프고 여린 이미지를 강화하는 것이었다. SBS ‘사랑해 사랑해’의 순수하고 여린 정신지체 장애인 역이 그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캐릭터다. SBS ‘승부사’에서 변화를 꾀했다. 소매치기 역이었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다른 여자에게 양보하는 슬픔을 한움큼 가슴에 묻고 사는 여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사람들은, 특히 남성은 청순함을 좋아한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단순히 반복되는 청순한 캐릭터는 사람들에게 싫증을 쉽게 느끼게 한다. 최지우 명세빈이 그렇다. 김소연 역시 단순한 청순함을 표출하고 있다. 다양한 색깔의 청순함을 드러내지 않으면 시청자들은 외면할 것이다. 김소연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1년 6개월 동안 드라마에 출연하지 않은 이유가 연기력 부족을 극복하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그녀에게 ‘이브의 모든 것’은 호기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출세하려는 야망으로 가득찬 아나운서 역이 그녀를 가두고 있던 청순한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강한 카리스마를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연기 인생에 분수령이 될 이번 드라마에서 성격 강한 연기를 시청자들에게 각인시켜 보겠다고 말한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입력시간 2000/04/12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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