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메모하는 것을 즐긴다. 덤벙거리는 성격도 있고 이것저것 동시다발로 떠오르는 생각들을 잠재워 둘 필요도 있고 해서 사소한 것이라도 떠오르는 대로 메모를 해둔다. 그 중 유용한 것은 컴퓨터 앞에 붙여둔다.요즘 내가 가장 요긴하게 들여다보는 메모는 ‘8줄로 되어있는 영작문의 기본원칙’이다. 바람직한 영어공문서란 무엇인가를 적어둔 쪽지다. 얼마전 캐나다정부가 전세계 대사관의 현지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상캠퍼스 영작문교육에서 얻은 내용이다.
매일 영어로 공문서를 작성하면서 ‘어떻게 하면 좀더 나은 글을 쓸수 있을까’ 고민해 온 나에게 좋은 글이란 문법적으로 완벽한 문장이 아니라 효과적으로 의사전달을 하는 글이라는 것을 이 때 깨달았다.
공기관에서 요구하는 좋은 글은 자신의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고객위주로 서술하는 문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호의적으로 답해야 한다는 것이다. 설령 답할 수 없는 일이라도 ‘할 수 없다, 안된다’라고 하기보다 ‘언제 이후가 가능하다. 무엇으로 대신 할 수 있다’는 표현이 바람직하다.
또 고객이 잘못된 정보를 알고 있더라도 힐난이나 가르치려는 자세를 보이기보다 감정을 상하지 않게 하는 범위에서 잘못된 정보를 수정해 주는 방법이다. 문서가 흠잡을 데 없는 완성도를 지녔다고 해도 글이 너무 형식에 치우쳐 글 쓴 사람의 인간미를 느끼지 못하게 한다면 좋은 글이 아니다. 인종차별적이거나 성차별적인 표현도 유의해야 할 사항 중 하나이다.
우리 대사관에 있는 베테랑 여자 영사관들의 경우 그들의 일처리 방식에서 이런 세련된 매너를 많이 배우게 된다.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고 상냥함도 유지한다. 캐나다의 경우 성공하는 커리어우먼의 경우 이처럼 남성과 여성의 특성을 모두 지닌 중성적인 사람들이 많다. 특히 남이 인정해 주지 않아도 스스로 자존감을 갖고 이를 일을 통해 실현해가는 사람들을 볼 때 절로 존경의 마음이 인다.
/이지은·주한 캐나다대사관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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