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 갑문을 빠져 나가면 두둥실 서해의 품에 안긴다. 잔잔한 바다 저편으로 아득하게 원을 그린 수평선이 여행객을 맞는다. 글라스 속 포도주의 흔들림도 허용하지 않는 대형 여객선으로 중국을 향하는 선상여행은 색다른 감상을 제공한다.인천에서 베이징(北京)의 관문 톈진(天津)까지 뱃길은 1,840리(736㎞). 그 엣날 한반도의 수많은 사절들이 범선에 몸을 싣고 만리장성을 찾았던 역사의 항로다. 도중에 풍랑을 만나 꿈을 접어야 했던 선조들도 많았으리라. 이제 이 뱃길을 크루즈급 호화 여객선이 미끄러지듯 달린다.
인천-톈진을 주 2회 왕복하는 여객선 톈런(天仁)호가 지난 11일 취항했다. 총톤수 2만6,687톤에 전장 186.5m, 여객 604명을 태우고 시속 40-50㎞로 항해한다. 선내에는 나이트클럽과 노래방, 카지노, 레스토랑, 사우나, 면세점 등 각종 오락·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 객실은 욕실이 갖춰진 2인1실 침대방과 가족여행객을 위한 5인1실 다다미방을 비롯해 비즈니스급, 이코노미급 등 5등급으로 구분돼 있다.
발해(渤海)만을 거쳐 톈진항까지는 약 20시간. 결혼 10주년 기념여행으로 톈런호를 탔다는 주부 김모(37)씨는 “걱정했던 배멀미도 없었고 비행기 여행과는 전혀 다른 낭만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편도기준 객실요금은 2인1실 로열 스위트룸이 27만2,800원, 이코노미급은 12만1,000원.
중국측과 합작으로 톈런호를 운항하고 있는 ㈜대아여행사(02-514-6226)는 크루즈 여행과 중국내 관광명소를 연계하는 여행상품들을 내놓고 있다. 선상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4박5일 여정에는 만리장성의 동쪽 시발점인 산하이관(山海關)과 진시황이 불로초를 고대하던 친황도(秦皇島), 일망무제의 허베이(河北)대평원, 베이징의 천안문 광장과 자금성 관광 등이 포함돼 있다. 귀국 편도 항공권 등을 포함한 특별기획 패키지 상품 가격은 37만9,000원.
발해만=배연해 기자
seapow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