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음악감상실로 사랑받던 바하하우스(서울 서초동)가 이달 말로 문을 닫는다. 적자를 견디다 못해서이다. 3년간 바하하우스를 꾸려온 주인 최예린(38)씨는 “이런 곳이 하나쯤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현상유지만 되면 계속하려고 애썼는데, 문을 닫게 돼 안타깝다”고 말한다.LP시절인 1970년대까지만 해도 ‘르네상스’ ‘필하모니’ 같은 고전음악감상실이 있어 문화예술인의 살롱으로 또 데이트 코스로 수많은 추억을 낳았다.그러나, 이제 고전음악감상실은 거의 사라졌다. 음반과 오디오의 발달로 집에서 음악 듣는 인구가 늘어난데다, 고전음악이 대중음악이나 다른 오락에 밀려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음반과 오디오가 있어도 거기에 알맞는 감상실을 갖기는 어렵기 때문에 바하하우스는 꼭 필요한 곳이었다.
바하하우스는 100평의 너른 공간에 최적의 오디오 시스템을 갖추고 음악 사랑방 역할을 해왔다. 20여개 가까운 고전음악 동호회가 여기에 둥지를 틀었다. 오페라광으로 소문난 정신과 의사 박종호씨가 이끄는 오페라 동호회 ‘광장클럽’과 ‘라 디비나’를 비롯해 MBC PD 이채훈씨의 영상음악감상회, 음악평론가 탁계석씨의 고전음악감상 입문 모임은 매주 한번 여기서 만나 음악을 듣고 공부해왔다.
월 1회 모임인 피아노음악 팬들의 ‘피아노 포르테’, 발레음악 동호회 ‘무대 위의 소인국’, 현대음악 동호회, 바흐 감상모임, ‘슈베르트 마을’ 등도 단골이었다. 회원은 모임에 따라 10여명에서 40여명으로, 음악 칼럼니스트와 음반사 관계자 뿐 아니라 주부, 직장인, 법조인, 의사 등으로 다양하다. ‘라 디비나’는 회원 30여명이 모두 주부이다.
주인 최씨는 이 모임들이 갈 곳이 없어진 게 걱정이다. “누군가 자기 건물을 가진 사람이 한 20평 공간만 내줘도 이 모임들이 계속될 수 있을텐데…”바하하우스는 27일 ‘라 디비나’ 모임을 끝으로 문을 닫는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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