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적인 선택이 필수적인 선거에서조차 우리 인간은 지연 학연 혈연등의 연줄의식과 후보의 외모등 사소한 감정적 단초로부터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여러 투표행위에 대한 논문과 조사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일찍이 베렐슨과 같은 정치학자들은 민주적 ‘시민으로서의 유권자’는 이성적 존재로 정치문제에 많은 지식을 갖고 있으며 합리적 판단과 행동을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유권자들이 이성적 투표를 한다는 실증적인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으며 반대로 후보의 속성이나 이미지등의 감성적인 요인을 중심으로 투표한다는 연구결과가 속출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정치후보자들이 상대 후보자보다 더 좋은 정책을 내세워 유권자들에게 능력있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으로 보이기보다 개인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고, 매력적이며 인간성이 좋은 사람으로 인식되기를 원하고 있다. 분명히 오늘날 선거는 크게 잘못됐다.
우리나라 선거에서 감성적 요인은 더욱 강력하게 작용한다.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선거에서 유권자가 어느 후보를 찍을 것인지는 유권자의 원적지를 보면 약 80%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출신지역요인이 투표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선거에서 출신지역요인은 하나의 중요 변수가 아니라 상수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하겠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16대 총선에서도 이런 현상이 재연될 수 있다. 물론 지역정서는 애향심의 발로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내 고장 출신후보에게는 맹목적 지지를 보내고 타고장 출신후보는 무조건적으로 배척하는 것이 문제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건전하고 이성적인 선택이다. 따라서 선거에서 최소한 2명 이상의 경쟁력있는 대안, 즉 후보들이 존재하고 고민 끝에 이들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만 민주주의는 건강성을 유지할 수 있다.
지역주의로 대변되는 감성적 선거태도는 투표율 저하와도 관련있다. 합리적 판단과 과학적 분석에 입각해 후보를 결정한다면 스스로 투표를 해야 하는 이유가 명백하지만 감성에 의존해 투표하는 경우 참여동기가 높지 않다.
세일즈맨이 같은 고향사람이라고 해서 성능이 떨어지고 흠집있는 자동차를 선택할 소비자가 어디 있겠는가. 국회의원을 뽑는 일이 경제적 행위처럼 고도의 합리적 판단에 기반하기를 기대한다.
權赫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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