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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는 사회에 빚을 진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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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는 사회에 빚을 진 사람들

입력
2000.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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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를 해부한다] 공인인가, 개인인가?스타는 공인(公人)인가, 개인인가? 그들도 이웃 사촌과 음식을 나눠 먹고, 취미 생활도 즐기는 평범한 생활인이다. 하지만 그들은 사회의 감시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은밀한 사생활까지 대중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며 사회적 신드롬을만들어내기도 한다. 또 사회적 가치관이나 모럴에 어긋나는 일을 할 때 일반인보다 더 큰 대가를 치른다. 스타가 공인인지, 개인인지에 대한 의견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우리 사회에서 스타는 ‘사회적인 존재’가 되었다는 것이다.

■ 스타도 사람이다

탤런트 오연수와 신애라는 절친한 이웃 사촌이다. 이들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 S빌라의 아래위층에 살면서 스스럼없이 오간다. 맛있는 음식을 해 찾아와서는 서로 아이 키우는 얘기를 나누기도 한다. 신세대 스타 장혁은 부산 출신. 연예활동이 숨이 막힐 때면 부산에 내려가 고향 친구들과 한바탕 놀고 온다. 옥소리와 이상아는 자수가 취미. 짬이 날 때면 모여서 십자수를 놓는다. 개그맨 박미선과 이성미, 이홍렬 등은 10년째 친목단체인 ‘늘푸른 모임’에서 돈독한 인간관계를 맺고 있다. 이렇게 보면 스타도 보통 사람들과 별 다를 바 없는 자연인이다.

■ 스타는 공인이다

그렇다면 연예인 스스로의 평가는 어떤가? 지난해 한국 방송연예인 노조가 연예인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77.3%가 “연예인은 사회적 공인”이라고 응답했다.

스타의 행동 하나하나는 사회적 관심과 파문을 빚는다. ‘나도 때론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고 싶다’의 저자가 탤런트가 아니었다면 그렇게 무수한 성담론이 양산되었을 것인가? 포르노 비디오는 도처에 깔려 있다.

단지 그 주연이 누구나 다 아는 탤런트이기 때문에 관음증은 폭발적으로 확산됐다. 유전자감식 등 5개월을 끌었던 한 앵커우먼의 친자확인 소송. 당사자가 유명인이 아니었다면 사람들은 그 아이가 누구의 아이인지 관심조차 없었을 것이다.

대중의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관심의 본질은 무엇인가? 속물적인 것인가, 모방과 자기일치화의 욕구인가, 아니면 관음증적인 것인가? 대중문화비평가들은 스타의 ‘문화 권력화’ 현상이 커질수록 그에 비례해 일반의 관심도 커진다고 분석한다.

폭발적인 대중문화의 팽창, 그 경제사회적 시스템과 메커니즘에 알게 모르게 종속당하는 일반은 스타에 대한 관심과 함께 그만큼 그들에게 요구할 권리를 찾으려 한다. 그것은 ‘보상’의 심리이기도 하며 혹은 일종의 견제라고도 볼 수 있다.

스타는 이름과 얼굴만으로 경제적 소득을 창출하고 대학입시의 관문도 쉽게 넘을 수 있다. 스타이기 때문에 일종의 특혜성 대우를 받는다. 올해도 SES 멤버 유진이 고려대 어문학부에 특례 입학한 것을 비롯, 탤런트 송혜교(세종대 영화예술학과) 장혁(단국대 연극영화과) 등이 특기생으로 대학에 들어갔다. 앞으로도 많은 대학이 홍보 효과를 노려 적극적으로 스타를 유치할 계획이다.

그런만큼 비리에 연루된 연예인은 상대적으로 일반인보다 훨씬 더 가혹한 여론재판을 받는다. 1998년 탤런트 이승연의 운전면허 불법취득 사건을 두고 PC통신에 빗발쳤던 여론이나, 1997년 탤런트 신은경의 음주·뺑소니 사건, 연예인들의 사소한 폭력 사건 등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 스타들의 사회적 책임

스타 스스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아 비난을 자초하기도 한다. 김종서 서태지 이병헌 변우민 등 적지않은 스타들이 병역 ‘의혹’ 명단에 오르내렸고, 올해만 해도 병역비리 합동수사본부가 청와대로부터 넘겨받은 병무비리 의혹명단 200명 중에 연예인이 22명이나 포함됐다.

1994년 조사에 따르면 연예인의 병역면제 비율이 일반인의 3배에 이른다. 이른바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로서 탈세 혐의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하다. 작년 세무조사에서도 최모(33)씨등 연예인 5명이 적발되었다. 나중에 무혐의로 끝났지만 김건모와 신승훈도 검찰의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이승연 파문 당시 방송 출연 반대운동에 참여했던 YMCA의 안수경씨는 “연예인의 비행에 대한 대중의 분노는 결코 과민 반응이 아니다. 보통 사람들도 성실히 수행하는 기본 의무를 이미 특권층이 된 연예인이 회피하려고 했기 때문에 사회 지도층과 마찬가지로 더 문제가 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 스타를 보는 눈

작년 오현경 비디오 파문 당시 상당수의 사람들은 그녀가 대중적 관음증의 ‘피해자’라는 사실에 공감했다. 스타도 개인적 사생활은 보호되어야 한다는 여론도 일었다. 하지만 공적인 부분에서는 여전히 높은 도덕성을 요구한다.

스타의 사회적 책임은 상당 부분 스타 그 자체가 청소년들의 존재양식인 데서 비롯된다. MBC PD 출신인 주철환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스타는 사회에서 빛을 발하는 동시에 사회에 빚을 진 사람”이라고 말한다. 대중이 스타를 따르고 모방하는 한, 그리고 스타들이 그것을 즐기고 그로부터 부와 명예와 특권을 누리는 한, 스타는 보통 사람에 비해 보다 엄정하고 책임있는 의식과 행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양은경기자

k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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