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윤리적, 과학적 논란거리를 낳고 있는 21세기의 화두 ‘생명복제’. 이를 주제로 한 사진전 ‘사진, 복제를 이야기하다’가 성곡미술관에서 19일부터 5월 21일까지 열린다.황규태, 고명근, 주상현 세 명의 작가가 여는 3인전의 주제는 ‘사진 영역의 확장’이다. 사진기자, 조각가, 시각디자이너로 뛰다 뒤늦게 사진작가로 재 출발한 자신들의 이력을 암시하는 듯 싶은 주제이다.
일간지 사진기자에서 이리 오래 전에 사진 작가로 변신한 황규태(전 LA동아일보 사장)는 대중잡지에서 차용한 이미지를 컴퓨터로 합성하는 기법으로 생명복제의 문제를 고발한다. 영국 여왕의 드레스를 입혀 의인화한 복제양 돌리, 인간과 친구가 된 우주인, 머리에 박힌 컴퓨터 칩에 의해 자살명령을 받고 이를 수행하는 미래인간(영화 ‘소나티네’를 패러디한 이미지) 등 컴퓨터로 작업한 신작들을 보여준다.
이 사진들이 전시장 천정에 매달린 100여개의 까만 라이트 박스에 담겨져, 우주 속에 떠다니는 행성처럼 빛을 발하게 된다. 작가는 “과학 문명이 인간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흔적’(그의 전시제목)들을 짚어 나가겠다 ”고 말했다.
조각가 출신의 고명근은 ‘복제의 파라다이스’라는 소제목으로, 복제술이 인간에게 가져다준 긍정적인 면을 논한다. 황규태의 문명비판적 시각과는 정반대. 시각디자이너 출신 신인 작가 주상연(국민대 예술대 교수)은 중립적 입장에서 자연에 대립해 온 과학문명을 표현한다.
지구의 여러 행성을 연상케하는 메추리알의 다양한 모습은 인류의 역사는 결국 자연의 테두리 안에서 발전해 나갈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미술계의 핵심에 비켜 서 있는 ‘사진’ 분야가 영역확장을 통해 얼마나 관객과 재미나게 호흡할 수 있는 미술분야인가 엿보게 하는 전시회이다.
/송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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