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남북 정상회담 소식에 ‘햇볕정책의 눈부신 성공’이라고 반기고 있다. 지구위에서 마지막 남은 냉전유산인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 문제가 다시 세계적인 이슈로 클로즈업 된 셈이다. 지금 한반도에 요동치는 변화의 바람은 화해와 공존이라는 우리 민족의 하나 뿐인 생존양식을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이럴 때일수록 정부와 국민, 언론 모두는 차분한 자세를 되찾아야 한다. 무엇을, 또 어떻게 하는 것이 나라와 민족사의 새로운 전개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다시 한번 냉정히 따져야 한다.
이 시점에서 남북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정상회담을 차질없이 준비하는 것이다. 회담이 가시적 성과를 도출하도록 정부는 우선 북측의 진의를 면밀하게 파악, 분석하는 등 빈틈없는 회담전략부터 마련해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우리사회 내부에는 실무적인 준비단계에 들어가기도 전에 성급한 낙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심지어 정부내에서 조차 마치 남북 경협이 본궤도에 오른양 들뜬 분위기가 없지 않다.
지나친 기대나 과욕은 일을 그르치기 십상이다. 지금은 정상간의 대화 약속이 이뤄진 ‘시작의 시작’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구체적인 액수까지 들먹이는 소위 ‘북한특수’론이 관변이나 정치권, 재계에서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마치 ‘떡줄 사람은 생각지도 않는데 김칫국 부터 마시는 ’자세로는 일사불란한 북한측의 협상전술에 말려들 소지가 크고, 또 막상 협상에서도 북한을 설득하는 일을 그르치기 쉽다. 대화든 협상이든 북한과 만나는 일의 기본은 구심력이다. 저마다 산발적으로 나서거나 과장된 제스처의 남발 모습은 남북화해와 민족공존에 도움될 것이 전혀 없다.
정부부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기존의 낡은 사고의 틀을 과감히 떨쳐 버려야 한다. 햇볕정책으로 끈질기게 북한을 개방의 길로 유도해온 국민의 정부의 대북자세 만큼은 적어도 정략과는 거리가 먼 것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지난 날 주무부서가 엄연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업무의 민감성이라는 핑계로 다른 정부기관이 간여해 협상의 효율성을 떨어뜨렸던 구습을 버리는 일도 그 중 하나다.
정부는 총선이 끝나는 오는 15일께 정상회담 준비 실무접촉을 북한에 제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의 경험으로 미루어 의제선정에서 부터 난관이 조성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경험에서 터득했던 바와 같이 북한과의 협상은 인내력의 싸움이다.
의연하고도 결연한 자세가 요구된다. 그들은 자신들이 불리하다고 생각하면 언제라도 협상장을 박차고 나갈 수 있다. 화해와 공존이라는 역사의 대의와 여유는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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