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 소식에 대통령이 뭘 타고 평양에 갈 것인가가 화제에 오른다. 역사적 회담이 과연 민족의 운명을 바꿀지, 또 북한 특수(特需)가 어느 정도일지 등의 골치아픈 주제 못지않게 의견이 분분하다.승용차로 판문점을 거쳐 가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모양도 좋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도로사정과 경호문제 등을 고려할 때 항공편이 무난할 것이란 지적이 따른다. 또 휴전선 위를 비행하는지, 공해상으로 돌아가는지, 여러가지 기우(杞憂)가 많다.
■한 나라 수장(首長)이 적대진영을 찾아 갈때 유의할 사항이 얼마나 많은가는 새삼 설명할 필요가 없다. 물론 아무리 상대가 북한이라도 신변안전을 크게 걱정할 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서로가 명분과 모양새에 유난히 신경쓸 것은 분명하다. 우리로서는 대통령이 판문점을 지나 평양에 이르는 경평가도(京平街道)를 달리며 민족화해 의지를 북녘 주민에게 전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만, 북쪽은 또 생각이 다를 것이다.
■1970년 3월 브란트 서독총리가 분단후 처음으로 양독 정상회담을 하러 동독을 방문할 때도 논란이 있었다. 당초 동독측은 브란트를 초청하면서 항공편으로 곧장 동베를린으로 올 것을 요구했다. 반면 브란트는 열차를 이용해 서베를린을 거쳐 가겠다고 했다.
동독속에 고립된 서베를린의 상징성을 부각시키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이는 동독이 수용할 수 없었고, 결국 서독접경 튀링겐주(州) 에어푸르트시로 회담장소가 바뀌었다.
■브란트는 그래도 열차편을 고집, 국경을 넘었다. 그리고 동독 주민들이 철도연변과 건물창가에 몰려 경찰의 제지를 무릅쓰고 환호하는 모습에 ‘평생 가장 큰 감동’을 받았다.
그들이 한 민족이고, 자신의 화해정책을 지지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몸이 떨리는 감동과 무거운 책임감을 함께 느꼈다고 회고록에 썼다. 비록 사정은 크게 다르지만,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 가는 길’을 정하는 데도 이런 심정적 측면을 잘 헤아렸으면 한다.
/강병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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