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악호 관광객들 전언“우리도 기대가 매우 큽네다.”
북한사람들도 남북정상회담 합의 소식에 우리만큼이나 설레고 있다.
회담 합의 발표이후 부산 다대포항에 귀항한 첫 금강산 유람선 ‘현대풍악호’ 승객(556명)들은 한결같이 “북한주민들이 회담에 매우 우호적이고, 고무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입을 모았다.
관광객들이 정상회담 소식을 현지에서 처음 접한 시각은 10일 낮 12시께. 오전 관광을 마치고 점심식사를 위해 온정리에 당도했을 때 20대 초반의 여성환경감시원이 관광객들에게 먼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6월에 평양을 방문한다던데 알고 계시냐”고 물어왔다.
관광객 장세천(張世天·울산 동구 서부동)씨는 “또다른 감시원도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다가와 ‘10시에 북남간 중대발표가 있었다. 김대중대통령이 접견을 신청해 김정일(金正日)총비서가 수락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번 관광길에 나섰던 모방송사 기자 이모(50)씨에 따르면 “군복무 당시 자신이 7·4공동성명을 직접 발표했었다”고 밝힌 북측 남자안내조장(51)은 “그땐 통일이 곧 실현되는줄 알았는데 남쪽 사정으로 안됐다. 이번엔 꼭 결실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안내조장은 또 “김대중대통령은 민주화투쟁 경력에다 과거 일본에서 납치되는 등 고생을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경제는 남한이 앞선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형제애로 호상(互相)간 도와야 한다”고 말해 북한 주민들이 특히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로 고무돼있음을 내비쳤다.
이씨는 “특별히 학습을 받아 그런지는 몰라도 북한사람들이 우리 사정을 훤히 알고있어 깜짝 놀랐다”면서 “남북정상회담의 미래에 대해 그들이 더 적극적으로 얘기하고 싶어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정호(金楨昊·61·부산 사하구 신평동)씨는 “여행전 북한측 안내원과 가급적 정치적인 대화를 나누지 말라는 사전교육을 받았는데 오히려 그들이 대화를 유도하는 편이었다”면서 “특히 남북정상회담 소식이 전해진 10일 하오부터는 그들 태도가 완연히 유화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명순(李明順·59·여), 이상록(李相錄·30)씨 등도 “남쪽에선 김대중대통령을 어떻게 보느냐.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인민의 이름으로 간절히 기대한다”는 등의 반응을 들었다고 전했다.
부산=목상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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