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정상회담에 맞춰 문화예술계의 남북한 교류도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일면서 북한의 ‘만수대 창작사’ 작가들의 작품이 대거 선보이고 있는 광주비엔날레의 특별전 ‘북한미술의 어제와 오늘’ 에 화제가 모아지고 있다.현재 한국미술협회(이사장 박석원)가 준비 중인 남북한 미술인이 함께 참가하는 사이버 전람회와 판문점 남북 미술작가 33인의 합동전시회의 공식 협의 채널도 바로 ‘만수대창작사’이다.
큐레이터 김찬동(문예진흥원 미술회관 팀장)씨는 “그동안 개방화 바람을 타고, 북한 미술을 소개하는 전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출처가 불분명해 북한미술의 실상을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많았다” 면서 “전시의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 만수대창작사를 통해 작품을 입수하게 됐다” 고 밝혔다. 만수대창작사는 북한당국이 작가의 지원 및 관리를 직접 맡고 있는 작가들의 모임.
특별전에 나온 작품 79점 중 45점이 만수대창작사를 통해 입수한 작품으로, 이중 30점은 지난해 11월 평양에서 열렸던 ‘만수대 창작사 창립 40주년 기념 전시’에 출품됐던 작품이다. 현재 만수대창작사에 속해 있는 리경남, 선우영, 김성민, 김철억 등 인민예술가와 공훈예술가들의 작품 들이 출품됐는데, 이중에는 조각작품 8점도 들어있다. 국내에 북한의 조각작품이 소개되기는 처음.
대형주체화인 ‘성강의 파도’ (김성근, 김영준 공동작품)와 ‘감자풍년’ (김성룡 작)은 북한이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주체미학이 과연 무엇인지 가늠케하는 작품이다. 공업단지 성강의 산업시설을 배경으로 힘찬 파도를 형상화한 4m 대작 ‘성강의 파도’나 30대 청년작가가 그린 ‘감자풍년’ 모두 북한이 현재 겪고 있는 경제난국을 헤쳐나가기 위한 선전화이다.
이외에도 만수대 창작사가 아닌 해외컬렉터를 통해 입수한 김관우, 이쾌대, 김주경, 길진섭 등 북한의 원로작가, 월북작가들의 작품도 여러점 전시됐다. 현재 국내에 알려진 김관우의 작품은 1920년대 말 인상주의풍의 풍경화 2점. 이번에 소개된 작품은 사회주의 리얼리즘 양식의 인물화로 1948년에 완성한 작품도 포함돼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김관우가 한동안 작품활동을 중단했다가, 1950년대 중후반에야 다시 작품활동을 재개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물론 이를 놓고 이태호 전남대교수는 작품의 진위여부에 대해 강력히 의문을 제기한 상태이나, 큐레이터 김찬동씨는 “김관우가 1946년 북한작가동맹 중앙위원회 위원장으로 컴백했다는 사실을 확인, 사실상 그가 50년대 이전 이미 활동을 재개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의문을 일축했다.
남북문화교류가 활발해지면 이에대한 진위여부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찬동씨는 이미 만수대창작사에 진위여부 알려달라고 의뢰해놓은 상태. 김관우 작품은 미국에 거주하는 독일 사학자인 프랑크 호프만씨의 소장품이다.
이외에도 이번 전시회에는 김일성의 초상화를 최초로 그려 북한에서 ‘계관인’의 칭호를 얻은 골수 사회주의 작가 정관철의 ‘자화상’을 비롯, 북한 인공기를 디자인했던 김주경의 ‘숲의 풍경’, 또 북한만이 가지고 있는 보석화, 골뱅이화, 수예 등 북한미술의 특별한 장르들도 함께 엿볼 수 있다.
송영주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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