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수합병(M&A)은 해당 기업의 주가에 호재이기만 할까.최근 M&A 사례를 보면 발표 당일에만 관련 기업의 주가가 반짝했을 뿐 이후 주가는 대부분 내림새였다. ‘새롬기술-네이버’‘제일제당-삼구쇼핑’ 등을 보면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아라’는 증시격언이 그대로 들어맞았다.
물론 증시 전체로 볼 때는 비슷비슷한 기업들이 강하고 매력적인 기업들로 압축된다는 점에서 M&A 활성화는 시장 체질을 강화한다. 증시전문가들은 그러나 M&A 당사자들의 주가는 합병 시너지효과와 M&A 형태, 당시 장세에 달렸다고 분석했다. 총선이후 가장 큰 테마로 부각될 M&A에 개인투자자들의 신중한 투자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M&A=주가상승’은 아니다
새롬기술은 지난달 16일 검색엔진으로 유명한 네이버컴을 흡수합병했다. 그러나 새롬의 주가는 이날 하루 상한가를 올린뒤 이후 3일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다. 제일제당도 지난달 30일 홈쇼핑업체인 삼구쇼핑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지만 제일제당은 당일 소폭 오른뒤 5일연속 하락세를, 삼구쇼핑은 30,31일 오른뒤 3일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이들 기업의 M&A가 당일 주가만 잠시 올리는 데 그친 이유는 당시 장세가 약세장이었다는 점과 시너지효과 자체가 불투명했다는 점 때문이다.
‘새롬+네이버’의 경우 두 회사의 매출기반이 모두 인터넷광고라는 점에서
수익개선 여부가 불투명했고 이결과 합병자체가 새롬의 최대 약점인 명확한 비즈니스모델의 부재를 해결해주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제일제당+삼구쇼핑’의 경우도 제일제당의 제품이 전형적인 소비재로 삼구쇼핑과 같은 홈쇼핑업체에서 판매할 만한 제품이 아니라는 점에서 시너지 효과가 떨어졌다. 오히려 제일제당이 85%의 프리미엄을 얹어 삼구쇼핑 지분을 인수함에 따라 시너지효과보다 인수비용이 더 클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이처럼 ‘1+1=2’도 되지 못하는 M&A에서 주가상승을 기대하기란 힘들다.
우호적 M&A일수록 주가상승 효과 적다
M&A성격이 비우호적일수록 주가 상승효과가 크다. 이는 M&A을 위해 지분확보를 해야 하기때문에 시장 수급의 밸런스가 깨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비료회사인 조비는 지난달 세종투자개발의 공격적 M&A시도와 대주주측의 방어로 주가가 20여일만에 100% 이상 상승했다.
M&A 프리미엄을 겨냥한 인수, 즉 M&A전문가가 경영보다는 되팔기 위해 부실기업을 헐값에 인수해 수익구조를 개선시키는 소위 벌처펀드의 M&A도 주가상승효과가 높다. 올들어 세종투자개발이 이같은 목적으로 대주주지분을 인수한 레이디가구 스마텔 등은 주가가 일주일만에 100% 가까이 올랐다.
반면 상생(相生)을 위한 우호적 M&A의 주가상승효과가 미미하다. 대부분 대주주끼리의 장외거래가 많아 주가와는 상관없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신주발행을 통해 주식을 맞바꾸는 방법(주식 스와핑)도 이뤄지고 있는데 이 경우 신주발행에 따른 수급악화로 하락장세에는 주가에 큰 부담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M&A가 어떤 형태로 이뤄지는지 예의주시해야 한다.
개미들의 투자전략
앞으로 M&A와 관련한 각종 소문과 발표가 많아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치열한 적대적 M&A나 1위업체들간 M&A가 아닌이상 주가가 단기에 크게 상승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가시적인 시너지효과가 크지 않다고 판단되는 M&A 관련 기업에 대해서는 격언대로 ‘믿을 만한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파는 것’이 바람직한 투자전략이다.
또한 합병주도 기업보다는 피합병 가능성이 높은 기업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상승탄력이 높다.
동원경제연구소 정동의 연구원은 “합병주도 기업은 합병에 따른 비용부담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대한 부담 등으로 단기간 주가가 상승하기란 힘들다”며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피합병기업, 중장기적으로는 합병기업에 주목하는 것이 바람직한 투자전략”이라고 말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입력시간 2000/04/11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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