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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천년 그린재킷' 첫주인 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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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천년 그린재킷' 첫주인 영광

입력
2000.04.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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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제이 싱18번홀. 비제이 싱의 침착한 5.4m 버디퍼팅은 그린을 찬찬히 굴러 컵으로 쏙 빨려 들어갔다. 갤러리들의 기립박수에 싱은 오른손을 번쩍 치켜들어 화답한 뒤 차분하게 컵에서 볼을 꺼내들고 감격의 입맞춤으로 우승을 자축했다. 그리고 그린으로 뛰쳐나온 아들과 포옹한 뒤 갤러리 틈에서 어쩔줄 몰라하는 아내를 찾아가 벅찬 기쁨을 함께 나누었다.

‘오거스타의 신’은 비제이 싱(37·피지)을 새천년 첫 그린재킷의 주인공으로 선택했다. 싱은 10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파 72)에서 벌어진 미 프로골프(PGA)투어 첫 메이저대회인 2000마스터스 4라운드서 위태로워 보였던 종반을 잘 넘기며 버디 6개, 보기 3개로 3타를 줄여 10언더파 278타로 정상에 올랐다. 흑인으로서는 타이거 우즈에 이어 2번째.

미 PGA데뷔 이듬해인 1994년이래 7번째 출전한 싱은 98년 PGA챔피언십 이후 1년6개월여만에 두번째 메이저타이틀을 획득하며 통산 9승째를 신고했다. 우승상금 82만8,000달러를 보태 시즌상금도 144만118달러로 높였다.

어니 엘스(남아공)는 싱의 꺾일줄 모르는 상승세 앞에 7언더파 281타로 2위에 만족해야 했고, 듀발은 막판 뒷심부족으로 6언더파 282타를 기록해 로렌 로버츠와 공동 3위로 떨어졌다. 3년만에 정상복귀를 노린 우즈는 5언더파 283타로 5위, 경기후 “신이 나를 버렸다”며 하늘을 원망하기도 했다.

승부처 역시 아멘코너(11∼13번홀)였다. 싱은 11번(파4), 12번홀(파3)에서 위기를 넘긴 뒤 13번홀(파5)에서 찬스를 살려 우승까지 이어갔다. 반면 듀발은 이 곳에서 무너져 결국 공동 3위로 처졌다.

10번홀까지 9언더파로 듀발에 2타차 선두를 지키던 싱은 11번홀에서 세컨샷이 워터해저드에 빠져 첫 위기를 맞았다. 1벌타를 먹고 어드레스 위치가 나쁜 30야드정도 거리에서 정확한 칩샷으로 홀컵에 50㎝가량 붙여 위기를 보기로 막았다. 12번홀에서도 위기는 계속됐다. 싱은 144야드의 이 홀에서 티샷이 벙커에 빠졌으나 내리막 홀컵을 향해 절묘한 벙커샷으로 핀에 1㎙로 붙여 파세이브를 했다.

반면 듀발은 11, 12번홀에서 모두 버디퍼팅을 놓치고 파세이브, 싱과의 격차를 1타로 줄이는데 그쳤다. 싱은 위기뒤에 찬스를 잡았고 기회를 놓친 듀발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455야드로 파5홀로는 거리가 짧지만 난이도가 높은 13번홀에서 듀발은 세컨샷이 물에 빠져 4온-2퍼팅으로 보기. 하지만 싱은 세컨샷을 그린온, 버디를 낚아 듀발과의 타수를 3타로 벌려 승기를 잡았다.

실질적인 승패가 엇갈린 아멘코너이후 싱은 침착한 경기운영으로 마지막 18번홀에서 마무리 버디를 낚으며 ‘그린 재킷’을 입는 감격을 누렸지만 듀발은 막판에도 보기를 범해 공동 2위자리까지 밀려나면서 `메이저 무관'의 불명예를 씻지못했다.

기타 경기직전 “끝까지 우승을 노려보겠다”며 의욕을 불태웠던 타이거 우즈는 2, 4번홀에서 버디, 한때 선두와 3타차까지 추격했으나 퍼팅난조로 9∼14번홀을 파행진, 정상복귀의 꿈을 접어야 했다. 톰 레이먼은 3언더파 285타로 6위에 올랐으며 필 미켈슨은 한 타 뒤진채 데이비스 러브3세, 카를로스 프랑코와 나란히 공동 7위에 자리했다. 또 올해로 20번째 출전한 그렉 노먼은 이븐파 288타, 공동 11위에 그쳐 역시 마스터스와는 거리가 멀었다.

남재국기자 jknam@hk.co.kr

■비제이 싱은 누구?

2000마스터스에서 ‘그린재킷’을 입은 비제이 싱은 1993년 미 PGA투어 신인왕 출신. 남태평양 피지출신으로 항상 미소를 머금고 다니는데다 매너도 좋아 ‘피지의 흑진주’라는 애칭을 얻고 있다. 힌두어로‘승리(Victory)’를 의미하는 비제이(Vijay)는 이번 우승으로 이름값을 톡톡히 한 셈.

82년 프로에 입문, 아시아와 아프리카 무대에서 활동하다가 89년 유럽투어에 데뷔했다. 84년 말레이시아 PGA챔피언십에서 첫 타이틀을 차지했으며 총 우승경력은 26번, 미 PGA투어 타이틀은 9번째다.

메이저대회는 98년 미 PGA챔피언십이 최초. 오거스타내셔널GC에는 94년 첫 발을 디딘 후 매년 마스터스에 도전했는데 첫 ‘톱10’을 우승으로 장식했다. 지난해까지 마스터스 최고성적은 97년 17위.

186㎝의 큰키에서 뿜어내는 드라이버샷이 평균 276야드(34위)에 달하지만 퍼팅이 불안정, 정확성을 요구하는 쇼트게임에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63년 피지의 로토카 태생인 싱은 피지 유일의 프로골퍼. 항공기 기술자인 아버지 모한(Mohanm) 싱으로부터 처음 골프를 배웠고 하루도 걸르지 않고 훈련을 하는 연습벌레로 유명하다.

그는 이번 우승의 가장 큰 공로를 아버지에게 돌리면서 “고향의 매서운 바람에 적응해왔던 것이 아멘코너에서 닥친 위기를 뛰어넘는데 큰 보탬이 됐다”고 우승소감을 밝혔다.

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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