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전 세계를 아우르는 맹렬한 외교공세를 펼치며 국제무대에 복귀하고 있다.한때 한국이 소련과 공산권 국가를 공략하던 ‘북방정책’에 맞먹는 북한의 ‘남방정책’이라고 부를만한 이 외교공세는 남북 정상회담 준비기간에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우선 4월 12-14일 쿠바에서 열리는 남반구 개발도상국 모임인 ‘77그룹’(G77) 정상회담에 김영남(金永南)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참석한다. G77 첫 정상회담은 이번이 처음이고 김영남은 이를 위해 지난 7일 베를린에 도착했다.
5월에는 북미 고위급 회담을 위한 준비접촉이 뉴욕을 무대로 계속 될 예정이며 4월 평양서 재개된 북일 수교교섭이 도쿄(東京)에서 속개된다.
6월에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중 유일한 미수교국인 필리핀과 국교가 수립될 가능성이 높다. 필리핀과의 국교가 수립되면 오는 7월 태국에서 열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북한의 가입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웅산 테러 사건 이후 단교상태인 미얀마와의 관계회복, 지역 중요국인 호주와의 수교도 추진되고 있어 ARF 가입 전망은 밝다. 아시아·태평양지역 정치·안보 협의체인 ARF에 북한이 들어온다면 처음으로 다국간 지역안보대화에 참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백남순(白南淳) 외무상은 8일 콜롬비아에서 열렸던 제13차 비동맹 외무장관 회의에 참가해 전통의 비동맹 외교를 점검하면서 필리핀과 물밑 접촉을 가졌다.
이에앞서 백 외무상은 3월 18일부터 4월 5일까지 중국을 거쳐 말레이시아 라오스 베트남 등 동남아국가를 들러 유럽의 중심국 독일까지 가는 순방외교를 펼쳤다. 동남아 국가와 유럽연합(EU) 국가와도 관계정상화를 이루겠다는 행보였다. 이미 이탈리아가 1월 북한과 수교를 했고 북한은 1973년 수교한 스웨덴 등을 통해 EU 국가와의 활발한 교섭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은 또 지난 3월 외무성 제9국(중남미·캐나다 담당) 국장을 단장으로 하는 비공식 대표단이 캐나다를 방문해 캐나다 외교 실무자들과 회담을 가진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2월에는 한동안 소원했던 러시아의 이고리 이바노프 외무장관이 평양을 방문, 우호선린협력조약에 서명했다.
이렇게 보면 북한은 전통의 우방인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비동맹외교를 유지하면서 동남아·유럽과의 대화에도 나서는 등 전방위외교에 나선 셈이다. 그 이유는 물론 최대의 현안인 미국·일본과의 협상에서 최대의 수확을 거두기 위한 분위기 조성이라고 보아야 한다.
신윤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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