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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10년守城' 깨뜨릴 주인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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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10년守城' 깨뜨릴 주인공은

입력
2000.04.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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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기 명인전 본선 중반판도이창호 ‘10년 명인’의 아성을 무너뜨릴 주인공은 누구인가.

이 명인에 대적할 새 천년 첫 도전자를 선발하는 제31기 SK엔크린배 명인전(한국일보사 주최·SK주식회사 후원) 본선리그가 치열한 선두다툼 속에 중반전에 접어들었다.

도전자 선발방식을 토너먼트에서 8강 풀리그 방식으로 바꾼 첫 본선무대, 8명의 출전 기사들이 평균 3판의 대국을 마친 4월 현재 전체 판도는 ‘공격형 강세, 수비형 약세’로 요약된다. 전투에 능한 기사들은 승승장구하고 있는 반면, 수비를 주무기로 하는 기사들은 고전을 면치못하는 양상이다.

올들어 전투바둑의 위세에 밀려 침체일로를 걸어온 이창호식 수비형 실리바둑이 또 한번 수난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1993년 이후 생애 두번째로 명인 도전권을 노리는 ‘세계 최고의 공격수’유창혁 9단은 3연승으로 단독 선두에 나섰고, ‘바둑황제’조훈현 9단(2승)과 ‘반상의 괴동’목진석 5단(2승1패)은 특유의 속력행마와 전투력으로 유 9단을 바짝 추격하며 도전권에 강한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현재 2판의 대국을 치른 양재호 9단은 유 9단한테는 졌지만 목진석에겐 이겨 1승 1패를 기록중이다.

반면 신산(神算·이창호 9단의 별명)에 버금가는 계산력과 수비실력으로 ‘차세대 선두주자’로 꼽혀온 최명훈 7단(1승2패)과 ‘반상의 흑기사’김승준 7단(1승2패)은 당초 기대와 달리 일찌감치 도전권에서 벗어난 듯한 느낌이다.

제1회 입신연승최강전에서 우승, 일약 386세대의 기수로 떠오른 최규병 9단도 1승2패로 뒷걸음질치고 있고, 입단 20여년만인 지난 해 처음으로 본선무대에 진출, 4강까지 오르며 ‘40대 돌풍’을 일으켰던 임창식 6단은 3연패로 주저앉았다.

7전 전승을 하거나 최소한 6승1패를 올려야 동률 재대국을 통해 도전권을 노릴 수 있는 것이 8강 풀리그. 초반전에서 2패의 부담을 안은 기사의 경우 이변이 없는 한 타이틀 도전은 난망이다. 따라서 올 명인전 본선무대는 일단 유창혁 조훈현 목진석 양재호 등 공격형 기사들의 4파전으로 압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바둑 전문가들은 이 가운데 유창혁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현재 단독선두의 성적도 성적이지만, 전투형 기사들간의 선두 각축전이 될 경우 공격력이 상대적 우위에 있는 유9단이 누구보다 유리하리라는 전망이다.

1993년 제24기 명인위에 도전했다가 2승3패로 아깝게 타이틀 획득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유9단은 올들어 13승7패로 다승 2위를 달리고 있는 데다, 제4회 LG배 세계기왕전 4강전에서 이창호를 꺾고 결승에 오르는 등 기량이 절정에 올라 있어 어느때보다도 좋은 성적이 기대된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유 9단은 이 명인한테 30% 정도의 낮은 승률을 보이고 있지만 큰 경기에 강하고 결정적 펀치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출전기사 중 이 명인이 가장 껄끄럽게 생각할 후보”라고 말했다.

한편 제34기 패왕전에서 신예 이성재 5단의 거센 도전을 물리치며 타이틀을 방어,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조 9단과 KBS바둑왕전, 기성전 등에서 신예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목 4단의 추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도전권 향방의 기로가 될 제12국(조훈현 9단 대 양재호 9단)은 21일 한국기원에서 열린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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