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속초 '아바이 마을' 표정강원 속초시 청호동. 함경도출신 실향민들이 모여사는 속칭 ‘아바이 마을’이다.
10일 이 마을은 또한번 크게 술렁였다. 주민들은 차마 일손을 잡지못한채 가게, 식당마다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 꽃을 피웠다. “이번엔 정말 뭐가 될까?” “무엇보다 가족을 만날 수 있게 해야 돼.”
1·4후퇴때 함남 홍원군에서 월남한 남사길(72)씨는 “뉴스를 보는 순간 가슴이 뭉클해지고 팔다리가 다 떨렸다”면서 “고향땅을 한번만 보고 죽으면 아무 원이 없겠다”고 울먹였다.
한국전때 형님과 단둘이 내려왔다는 백승건(66)씨는 “형님은 평생 북에 남은 부모님과 가족을 그리다 얼마전 돌아가셨다”며 “월남 1세대인 우리가 죽으면 이제 그만인데…”라고 목이 멨다.
청호동 노인회관에 모여든 실향민 1세대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모처럼 소주에 맘껏 취해 울고 웃다가 급기야 몇몇은 취흥에 겨워 일어서서는 어깨춤을 추며 ‘망향의 노래’를 불렀다.
그러나 아무래도 아픔이 덜한 2세들은 차분하게 앞으로의 추이를 전망했다. 고동준(33)씨는 “희망적 메시지임에 틀림이 없지만 어떤 결실을 맺을 지는 지켜봐야겠다”며 “20년전 7·4 공동성명 때부터 어르신들이 낙담한게 어디 한두번이냐”고 조심스러워 했다.
한때 함경도 사투리가 ‘표준말’이다시피했던 청호동 ‘아바이마을’은 이제 2,100여세대 6,000여명 주민 가운데 실향민 1세대가 20%정도일만큼 갈수록 그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
곽영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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