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규 통일부장관과 박지원 문화관광부장관은 10일 오전 통일부 회의실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가졌다.박 문화장관은 정상회담 합의를 서둘러 발표하는 데 대해 “지난 7일 북측으로부터 정상회담을 합의하자는 연락을 받고 8일 합의한 것”이라며 “북한이 적극적으로 응해와 분단 55년만의 민족 대경사가 이뤄지고 세계의 축복을 받을 일인 만큼 남북한이 합의를 발표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회견장에는 100여명의 내외신 기자들이 몰려 취재경쟁을 벌여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내외의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다.
-정상회담 준비회담은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열리나.
박통일 이달 중으로 남북한이 각기 3∼4명의 대표를 구성할 것이며 여기서 구체적인 날짜 등을 협의할 것이다.
-송호경(宋浩景)아ㆍ태 부위원장과는 몇 차례나 만났으며 어느 순간 정상회담 합의를 확신했나.
박문화 지난 3월 17일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처음 만난 이후 베이징(北京)에서 비공개로 만났다. 지난 7일 북측으로부터 연락이 왔고 8일 베이징에서 오후 4시부터 회담을 했다. 이 자리에서 송호경 부위원장과 최종 합의문을 만들고 오후 7시 25분 서명을 했다.
-정상회담시 김대통령은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가나.
박문화 구체적인 합의는 4월에 열리는 양측 실무자 회담에서 결정될 것이다. 의제, 절차 등의 구체적인 문제도 여기서 논의한다. 예비접촉에서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다.
-송 부위원장과의 접촉에서 의제도 논의됐나.
박문화 기본합의서 처럼 이번 회담은 7.4 공동성명을 기초 정신으로 하고있다. 준비회담에서 절차와 의제를 이야기 할 것이다. 이산가족, 경협문제 등 폭넓게 의견을 교환할 것이다.
-김정일 총비서의 서울 방문문제도 논의됐나.
박문화 다음 정상회담은 양측 정상들이 만나서 결정하게 될 것이다. 7.4 공동성명에서 이미 합의한 정신을 지킬 것이다.
--비료 등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박통일 비료와 식량지원은 전년도에도 했다. 앞으로 인도적 차원에서의 지원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대규모 남북경제협력 등 사전조건이 있나.
박문화 합의된 것이 없으며 북측도 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접촉하면서 느낀 바로는 북측의 태도가 적극적이고 건설적이었다는 것이다. 회담과정에서 체제선전 등은 전혀 없었다. 회담 과정에서 북측에 관해 몇가지 느낀 것이 있다.
첫째로 김대통령의 햇볕정책에 신뢰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로 김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을 경제협력의 중요한 문제로 생각하고 있었다. 셋째로 남북간 화해와 협력이 없이는 국제 진출이 어렵다고 판단하는 것 같았다. 넷째로 세계 여론의 권고를 받아들인 것 같다.
-급작스럽게 남북정상회담을 발표하게된 배경은.
박문화 대통령께서는 취임사부터 정상회담을 제의했고 베를린 선언을 통해 확인했다. 3월 17일부터 수차례 비공개 접촉을 가졌고 의견 조정의 시간을 보냈다. 4월 7일 수용하겠으니 8일 만나자고 해서 합의했다. 보안문제, 남북관계 개선의 획기적 사건이라는 점에서 정상회담 내용을 발표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북한도 이를 발표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달중 개최키로 한 남북 실무자급 준비접촉의 장소와 횟수는. 그리고 어느정도 의제가 토의되나.
박문화 통일부에서 남북간 직통전화를 가설한 이후 구체적 예기가 나올 것으로 본다.
-남북정상회담 합의까지 중국과 미국은 어떤 역할을 했나.
박통일 중국과 미국은 그동안 북한에 한국의 포용정책에 대해 설명했다. 그리고 남북한이 여러 분야에서 협조하기 위해서는 정상회담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북한에 전달했다.
-그동안 북한측이 남한에 요구해온 것들이 김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에 포함된 것들인가.
박문화 북한측의 구체적인 요구 내용은 없었다. 그러나 이산가족 문제라든지 인도적인 문제 등 남북 상호 요구사항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협력은 남북간, 국제기구, 외국자본 등이 모두 협력할 사항이다. 이는 준비회담에서 논의될 것이다. 그리고 이번 합의는 북한측이 햇볕정책을 신뢰하고, 베를린 선언을 확신하는 등 우호적이고 건설적인 차원에서 이뤄졌음을 다시 밝힌다.
-남북정상회담은 94년에 합의된 바 있다. 이번 합의도 그 연장선상인가.
그리고 당시 합의된 사항들은 유효한가.
박통일 YS 정부때 합의된 것과 다르다. 이번은 국민의 정부가 합의한 것으로 당시와는 의제가 다르다.
-북측이 우리측 내용을 받아들인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박문화 남북간 비밀접촉 내용을 밝히는 건 쌍방간에 도움이 안된다.
-남북한 접촉시 남한의 총선일정이 감안됐나.
박문화 그런 얘기는 없었다. 북측은 남측이 총선을 앞두고 빨리 하려는 것으로 느끼는 것 같았다. 그러나 남북문제가 정치적으로 이용돼서는 안된다는 김대통령의 철학을 강조했다. 3월 22일 베이징 접촉에서 우리측 내용을 최종 통보했고 그 이상의 접촉은 않고 최종 입장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민족의 대경사를 그런 식(정치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대북 특사로는 언제 결정됐나.
박문화 대통령께서 3월 15일 관저에서 만나자고 해 갔더니 말씀을 하셨다.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적임자가 아니다고 말했으나 통일부 장관이나 차관, 실무자가 가서는 노출될 우려가 있다며 가라고 하셨다. 그래서 박재규 통일장관에게 지침과 요령 등을 들으며 긴밀히 협의해 진행했다.
-평양 방문시 의제는 무엇인가.
박문화 비밀접촉에서는 의제 등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논의는 있었으나 실무접촉에서 논의하는 것으로 했다. 실무접촉은 남북간 직통전화로 공개적으로 하기로 했다. 통일부가 주관해 추진할 것이다.
-동시발표는 관행인데 북한도 발표하나.
박문화 합의는 하지 않고 상호간에 편의에 따라 10일 10시에 하자고 했다.
북한은 세계가 주시하는 만큼 외신에게도 충분히 알려야 한다고 했다.
전 주민이 알 수 있도록 발표를 한다고 했다.
-20여일만에 중대 결정이 합의됐다. 17일 이전 사전협의는 없나.
박문화 여러 통로를 통해 교감을 했다. 북쪽에서 남쪽에 어떠한 것을 요구하는지 파악했다. 교감을 했지만 정식 통로를 통한 정식 이야기는 없었다. 3월 17일 북측에서 만남의 신호가 있어 만남이 성사된 것이다.
--준비 접촉의 장소는 어디가 되나.
박문화 준비 접촉은 직통전화로 북측과 접촉해 논의할 것이다. 구체적 사안은 통일부가 북측과 접촉한 후 하는 것이 순서다.
-북측이 필요한 것을 요구한 것이 있나.
박문화 북측의 구체적인 요구내용은 없다. 경제협력에 대해서는 베를린 선언을 신뢰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성사되면 경제협력이 이뤄지는 것은 당연하
다 .남북간, 국제기구, 외국자본이 협력할 것이다. 협력문제도 준비회담에서 논의될 것이다.
-정몽헌(鄭夢憲)현대 회장이 특사 협의기간 베이징에 체류하고 있었다. 남북 협의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박문화 정회장의 체류사실은 몰랐다. 당국간 대화였기 때문에 어떤 민간단체의 도움도 받지 않았고 특사로서 박재규 통일장관의 지침만 받았다.
-베를린선언 이후 비공식 제의가 왔으나 ‘총선 전에 발표하지 않겠다’고 한 뒤 이번에 발표한 이유는.
박통일 남북관계를 정치쟁점화하지 않겠다는 뜻에서 미루겠다는 의미였지,안하겠다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북측이 서둘렀기 때문에 받아들인 것이다.
박문화 북측이 호응해 오는데 민족의 대경사인 정상회담이 이뤄져야 세계 모든 사람의 축복을 받을 일이고 따라서 북측 호응에 대해 빨리 발표하게 됐다.
-송호경이 부위원장으로 있는 아태평화위는 민간기구다. 이번 당국간 합의서에 송호경이 민간기구의 대표로서 서명했는데 아태평화위를 보는 정부의 시각이 바뀐 것인가. 또한 합의서는 유효한 것인가.
박문화 송호경 부위원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신임을 받고 있다. 북한측의 공식특사로서 임명받은 것이다. 합의서에도 ‘상부의 뜻’을 표시하고 있으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청에 의하여’라는 점을 명기하고 있다. 김위원장의 특사로서 충분한 자격과 권한을 가졌다.
김승일기자 ksi8101@hk.co.kr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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