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전정보회사 셀레라가 드디어 인간게놈 해독을 완성했다. 지난해 예고한대로다. 셀레라는 앞으로 인종이 다른 5명의 게놈 분석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즉 이제부터 개인 또는 민족간 유전자 차이를 분석함으로써 게놈연구의 성과가 가시적 결실을 맺을 수 있는 것이다.특히 개인간 유전자차이를 나타내는 단일유전자변이(SNP)연구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SNP는 꿈에 그리던 ‘맞춤 의학’을 현실화할 수 있는 열쇠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서열분석능력이 뒤떨어진다는 약점 외에도 국가적인 의학임상 데이터체계가 허술하다는 것이 연구의 큰 제약으로 떠오르고 있다.
위·간암 유전자와 치료물질을 발굴을 목표로 올해부터 연 100억원을 투입하는 프론티어사업단 단장 유향숙(생명공학연구소)박사는 “처음 연구계획을 세울 때 위암·간암 외에 한국인에 특이한 선천성 유전질환을 연구하고 싶었다.
그러나 많은 의사들을 만나본 결과 중요한 한국인 유전질환이 무엇인지조차 파악돼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사실 SNP가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국민 전체의 임상데이터와 유전자분석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임상데이터는 매우 부실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SNP란 인간 유전자의 30억개 염기서열 중 개인의 편차를 나타내는 한개 또는 수십개정도의 염기변이다. 하나의 유전자변이가 혈우병처럼 치명적인 유전병을 일으키지만 대부분(100만개 SNP 중 약 95%)은 유전적 근접성을 알려주는 지표 역할을 한다. 즉 가계가 가까우면 유전적으로 비슷하고 이에 따라 질병의 발병유형도 비슷하다는 것이다.
같은 병이라도 발병원인, 잘 듣는 치료제, 잘 맞는 음식이나 보약 등의 개인편차가 모두 SNP의 패턴비교를 통해 규명될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때문에 유전자서열을 분석해도 그 자체의 기능을 알 수 없는 것처럼 SNP를 발굴해도 비교할 임상데이터가 없다면 무의미하다.
사업단은 2003년까지 위·간에서 기능하는 2만개 유전자 중 위·간암 발병과 관련된 유전자 각 100~200개, 관련 SNP 100개 이상을 발굴할 계획이다. 유박사는 “500개의 임상사례를 확보, 5년내 조기진단이 가능한 SNP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연구과제 참여자를 21일까지 공모하고 있다. 그러나 분석해야 할 유전자재료 즉 위·간암 조직을 확보하는 것은 각 연구 참여자에게 달려있다. 더욱이 국내 병원들이 조직은행을 운영해 자료를 공개하는 경우가 드물어 재료를 확보하기가 더욱 어려운 형편이다.
한편 아이슬란드의 경우 이미 전국민의 게놈분석에 착수했다. 이 작업을 맡은 기업 디코드는 아이슬란드인의 혈통이 순수한 편이고, 국민 임상기록이 완벽하게 체계적이라는 점 때문에 아이슬란드를 골랐다.
일본 역시 SNP 연구에 총집중할 태세다. 일본은 게놈사이언스센터에 SNP연구를 위해 2,000억원을 지원, 미국보다 뒤늦은 게놈프로젝트를 SNP로 만회하겠다는 입장이다. 예산규모 역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유박사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SNP연구에는 정부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대기업의 참여가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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