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국 인민을 모독한 소위 ‘조문파동’을 벌인 데 대해 사과하시오.”박재규(朴在圭)통일부장관이 총장으로 재직했던 경남대 북한대학원(대학원장 서대숙·徐大肅)은 이달중 예정된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준비접촉’을 미리 예견한 듯, 1월15일에 남북간의 ‘가상 준비접촉’을 개최해 눈길을 끌었다.
언론인과 탈북자가 북측 대표로, 통일부와 비상기획위 당국자가 남측 대표 역할을 맡았던 모의회의는 그러나 순탄치 않았다. 북측이 모두발언부터 김일성(金日成) 조문파동에 대한 선(先)사과를 요구했기 때문.
“94년 북과 남은 역사적 최고위급 회담을 열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러나 남조선 당국과 국회는 위대한 김일성주석의 서거를 놓고 소위 조문파동인가를 벌여 조선노동당과 공화국 전체 인민을 모독했습니다.”
북측의 선제공격에 대해 우리측 대표는 기조발언에서 “전세계가 무한 경쟁으로 치닫는 지금 남북한이 민족의 이익을 우선하면서 협력해 세계 경쟁 시대에 대처한다면 상호간 커다란 경제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 이라며 대북(對北)경협의 확대를 시사하며 비켜나갔다.
정상회담의 의제를 놓고도 북측이 “북·남 최고위급 회담 개최를 위해 해외동포들의 자유로운 통일논의 보장과 국가보안법 철폐, 정치범 석방이 선행돼야 한다”고 공세를 펴 이산가족문제와 남북기본합의서 실천 등을 제안한 우리측과 설전이 벌어졌다.
경남대측은 “연내 정상회담의 가능성을 반신반의한 상태에서 마련한 회의였다”면서 “실제 준비접촉은 남북 양측 정상의 의지가 담겨있는 만큼 훨씬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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