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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산다/몬테네그로 자원봉사가는 최순영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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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산다/몬테네그로 자원봉사가는 최순영씨

입력
2000.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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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운(戰雲)이 가시지 않은 발칸반도로 한국 여성이 혼자 떠난다. 8일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몬테네그로로 자원봉사를 떠나는 최순영(崔淳榮·29)씨.몬테네그로는 지난해 폭격을 당했던 분쟁지 코소보에서 차로 2시간 거리인 세르비아계 국가로 코소보에서 쏟아지는 난민 처리가 중대한 과제이다. 최씨는 한국적십자가 파견하는 국제적십자요원으로 이 나라의 수도 포드고리차에서 1년간 긴급구조 행정업무를 담당하여 역학 조사, 난민에 대한 식량배급체계, 파견지의 위생환경의 감시, 봉사 파견단 조직, 보건정책 수립 등의 일들을 맡게 된다.

최씨는 봉사가 직업이 된 사람이다. 자원봉사를 위해 가난한 나라를 찾았던 것도 벌써 여러 차례다. 1996년말부터 1년간은 네팔의 오지에서 보건학을 가르쳤고 99년엔 멕시코와 필리핀에서 빈민가 집짓기와 빈민 교육에 참여했다.

최씨는 “제3세계 사람들에겐 항상 마음의 빚을 느끼고 있다”며 “그러나 도움을 주러 가보면 내가 오히려 배우게 된다”고 말한다. 네팔의 오지인 다델두라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한번은 무심결에 “호박죽을 좋아한다”는 말을 했는데 다음 날 여러 아이들이 1시간 거리에 있는 숙소로 호박을 이고 왔다. 전날 이야기를 나눈 부모들이 ‘코리안미스’에게 갖다주도록 한 것이다. 하루벌이를 위해 시장에 내다 팔아야 하는 호박을 머리에 이고 먼 길을 달려온 네팔 꼬마들의 얼굴은 지금도 눈에서 선하다.

최씨가 봉사의 길을 택한 것은 어린 시절 읽은 슈바이처 전기 때문이다. 이화여대 건강교육과를 다니던 4년 동안은 체루빔이라는 봉사동아리에서 지체 부자유자들을 위해 일을 했고, 서울대 보건대학원을 다니면서는 월드비전과 국제기아대책기구 같은 NGO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대학 이후 지금까지 봉사가 아닌 삶을 살아본 적이 없다.

언니를 본받아 일문학을 전공했던 여동생 순진(淳珍·24)씨도 최근 대학원에서 대체의학을 공부해 아프리카 같은 오지에서 봉사활동을 하기로 결심했다.

최씨는 “4초에 1명씩 죽어가는 기아들을 구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의 지성 뿐”이라며 “개화 초기 우리나라에 외국인 선교사들이 들어와 인술을 배풀고 봉사했던 것처럼 몬테네그로에 가서 우리가 지고 있는‘사랑의 빚’을 조금이나마 갚고싶다”고 출국인사를 했다.

/글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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