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방송사에 시대물 드라마 바람이 거세다. KBS SBS 등 각 방송사가 제작중이거나 최근 방송을 시작한 드라마는 주로 1950-1970년대를 무대로 인물의 성장사를 조명한 시대물들이다.시대물 드라마의 붐을 주도하고 있는 곳은 KBS. 각각 10일과 17일에 시작할 2TV와 1TV 아침드라마 ‘송화’와 ‘민들레’가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것이다. 또한 지난달 25일 첫 방송이 나간 주말극 ‘꼭지’ 역시 1970년대가 주무대다. 이밖에 SBS가 22일부터 선보일 주말극 ‘덕이’는 1950-1980년대의 사람들 이야기다.
‘만남’ 후속의 KBS 2TV 아침 드라마 ‘송화’(안양자 극본, 고성원 연출)는 고도성장 속에서 약육강식의 생존법칙만이 지배하는 1970년대 사회의 반성을 시도한 드라마. 부모에게 버림받고 폭력배에게 성폭행 당한 송화(유호정)가 철저히 거짓으로 자신을 포장하며 영화배우로 성공하는 과정이다. 여기에 송화를 지키지 못한 죄책감으로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없게된 신문기자 형도(안정훈)가 사랑을 찾고 양심적인 저널리스트로서 변해가는 과정이 축을 이룬다.
‘누나의 거울’에 이어 방송하는 KBS 1TV 아침드라마 ‘민들레’ (홍영희 극본, 전성홍 연출)는 아들 선호사상이 팽배한 전라도 한 지방의 1973년을 시작으로, 1980년대 중반 서울에서 이야기가 끝나는 시대물 드라마. 억척스럽고 생활력 강한 어머니(김영애)는 아들(김호진)의 성공을 위해 두 딸 정남(윤지숙)과 희남(홍유진)을 희생한다. 아들은 검사로 성공하고 오빠에 치여 힘든 청소년기를 보낸 큰 딸은 억척스럽게 일을 해 일과 사랑에서 자기 성취를 이룬다. MBC ‘아들과 딸’과 비슷한 분위기의 드라마.
22일부터 방송될 SBS ‘덕이’는 시대적 스펙트럼이 두 드라마보다 넓다. 1950년 유엔군과 국군이 압록강까지 북진했을 때부터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까지 30년간의 시대가 그려진다. 이 시기는 전쟁과 혁명, 산업화, 민주투쟁이 있었던 격동 그 자체였다. 지리산에서 빨치산의 딸로 태어난 정귀덕(김현주)이 30년간의 시대적 격랑을 헤쳐 나가는 생생한 과정이 그려진다.
이밖에 2주전부터 시작한 KBS주말극 ‘꼭지’(이경희 극본, 정성효 연출) 역시 시대물. 1970년대 제주도에서 상경한 꼭지(예지원)를 통해 한 가족의 변천사를 엿본다.
시대물이 봇물을 이루는 것은 지난해 시대물의 감동과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성공한 SBS ‘은실이’와 MBC ‘국희’에 자극받은 바가 크다. 또한 시대물이 갖는 드라마 내적 원인도 붐 조성에 한 몫 하고 있다. 젊은이들의 사랑만을 다루는 트렌디 드라마와 달리 시대물은 다양한 인물과 갖가지 상황 설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KBS 김현준 책임연출자는 “시대물은 앞만 보고 달린 세대에게는 과거를 반추하고 현재 삶을 보다 의미있게 살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되며, 신세대들에게는 부모와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시대물의 장점을 설명했다.
배국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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