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서영훈(徐英勳)대표가 2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올해안에 남북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을 밝혔다. 서 대표는 이미 정부간에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만나고 있으며 상당한 진전이 있음도 시사했다.서 대표는 또 발언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인지 이 남북관련 정보는 ‘가장 권위있는 곳’으로부터 얻은 것이며, 김대중(金大中)대통령으로 부터 들은 바도 있음을 강조했다. 서 대표가 밝힌 ‘가장 권위있는 곳’이란 아마도 국정원 등 정보기관이 아닌가 생각된다.
김 대통령도 지난 1일자 동아일보 창간 기념회견에서 “현재 비공식 접촉이 여러 경로를 통해 진행중”이라며 “선거가 끝나면 중동(中東)특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북한특수(特需)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 대표와 김 대통령의 발언을 비교해 보면, 서 대표가 현재 남북접촉 대상을 ‘정부간’이라고 당국자간 접촉을 시사한데 비해, 김 대통령은 ‘여러 경로’라고 보다 신중한 입장을 개진하고 있는 점이 차이가 있다.
어쨌거나 사실이라면 남북한 긴장완화를 위해 퍽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남북문제 해결을 위해 이번 총선에서 여당을 지지해 달라”고 서 대표가 덧붙여 말한 점이다. 또다시 남북문제를 총선에 이용한다는 논란을 부를 소지가 충분하다.
김 대통령이나 서 대표가 밝힌대로 현재 북한이 상당한 수준으로 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인 듯하다. 개혁과 개방을 거부한채 ‘우리식 대로’의 강성대국 건설이 얼마나 무모한 일인가를 깨달은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서방선진7개국 일원인 이탈리아의 외무장관이 평양을 찾아 개혁·개방을 역설한 것이나, 북한이 호주·필리핀 등과 수교를 서두르는 것도 무관하지 않은 맥락이다.
중국의 개혁·개방을 수정주의라고 비난했던 그들이 지난달 백남순의 중국방문 일정을 경제특구 등 주로 개혁·개방 성공사례에 맞춘 것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문제는 대북정책을 다루는 우리의 자세다. 정부는 출범초 남북문제는 국민여론을 수렴, 공개리에 추진한다는 방침을 천명한 바 있다. 밀사외교니 하면서 요란만 떨었던 과거정권과의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민감하기 이를데 없는 시점에 나온 김 대통령과 서 대표의 발언으로 미뤄, 이 정부의 대북자세가 초심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북정책이 국민적 신뢰를 바탕으로 추진되려면 어떤 종류의 의심도 받을 여지가 없어야 한다는 점을 정부는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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