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가 훈장님께 꾸지람을 들었는지 한 손으로 눈물을 훔치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대님을 풀며 매 맞을 준비를 하고 있군요. 훈장님의 물음에 대답을 못해서일까요, 아니면 장난이라도 치다가 들켜서일까요?’유명한 김홍도의 묵화 ‘서당’이 구수한 이야기가 돼 나온다.도서출판 지경사가 아동용 미술사 서적 ‘어린이를 위한 명화’ 두 권(세계편·한국편)을 펴냈다. 서양미술과 한국미술이 한 출판사에서 동시 출간되기는 처음. 비슷한 류의 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동화를 구연하듯 부드러운 구어체, 전문 미술도서에 버금가는 정교한 도판, 널찍한 판형 등 요즘 어린이들의 눈높이를 의식한 편집 원칙이 눈에 금방 들어온다.
중세 화가 조토의 ‘유다의 입맞춤’에서 현대 작가 폴 클레의 ‘아름다운 정원사’까지, 서양미술사를 망라한다. 짝을 이루는 ‘한국의 명화’에서는 서구방의 ‘수월관음도’에서 박래현의 ‘노점’까지, 모두 41명의 우리 화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명화집이라 하면 쉬 연상되는 큰 그림 하나에, 설명 한 페이지 식의 편집을 탈피했다. 또 딱딱한 시대 사조 중심의 서술 방식을 탈피했다. 대신 친절하고도 아기자기한 읽을거리는 ‘어린이를 위한’이라는 제목에 값한다. 일화를 곁들인 자투리 설명, 조그맣게 편집된 관련 도판 등 명화의 세계를 막 접하는 어린이들을 위한 배려가 곳곳에서 읽힌다.
지난해 12월 지경사가 아동도서 기획집단 자운영(대표 양태석)에 원고를 청탁, 이 모임 회원 7명이 발로 뛰었다. 도서관과 인터넷 등을 뒤지는 데 두 달, 화가모습 등 관련 자료 수집에 한달 걸렸다.
지경사는 이번 경험을 토대로 아동용 미술 도서 발행에 계속 힘쓸 계획이다. 주의(ism)나 유파별로 자료를 모아 시리즈 도서를 발간하고, ‘고호와 고갱’‘마네와 모네’ 등 주제별 단행본도 펴낼 생각이다. 또 중세 이전의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도 발굴, 아동용 도서 작업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