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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예술대상 / 최우수여자연기상, 김영애-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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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예술대상 / 최우수여자연기상, 김영애-강수연

입력
2000.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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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예술대상은 연륜을 잊지 않았다. 우리 모두가 사랑했던, 그리고 여전히 사랑하는 중견 연기자들을 치하하고 격려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TV 드라마 부문의 김영애, 영화의 강수연. 그들에겐 세월에서 오는 원숙함과 오랜 연기 생활에서 자연스레 분출되는 치열함이 있다.■TV 드라마 여자 최우수연기상 김영애

그녀가 아파할 때 시청자는 슬퍼했고, 그녀가 웃을 때 시청자도 기뻐했다. 그렇게 김영애(49)는 SBS 주말극 ‘파도’(김정수 극본, 김한영 연출)가 방송되는 8개월 동안 혼신을 다 바쳤다. 어머니로서의 고단한 삶, 중년여성의 사랑의 감정, 암으로 죽어갈 때의 절규. 김영애만이 표출할 수 있는 몸짓과 표정으로, 대사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놀라운 연기력이다.

“연기 생활 30년의 결실인 것 같아 너무 좋아요. 제가 좋아하는 일에 열정을 쏟는데 그것을 인정받는다는 것만큼 축복받는 일이 세상에 어디 있겠어요? 지금 신났어요.” 평소 차분한 그녀가 들떠 있다.

세월만큼 연기력도 농익어가는 그녀의 연기 궤적은 백상예술대상과 함께 했다. 데뷔 4년 만인 1974년 ‘민비’로 백상예술대상 신인상을 받았고 전성기를 구가하던 1981년 ‘야상곡’은 최우수연기상을 안겼다. 그리고 중년의 녹록치 않은 연기가 표출된 1997년 ‘형제의 강’으로 최우수연기상을 받았다. “연기 생활이나 삶에서 고비가 있을 때 백상예술대상은 저를 지켜주었어요. 지난해도 무척 힘들었지요. 저에게는 남다른 의미가 있는 상입니다.”

‘파도’에서 그녀에게는 끼와 노력, 그리고 운이라는 삼박자가 완벽하게 맞아 떨어졌다. 하지만 이중에서 그 자신의 노력이 가장 돋보였다. ‘파도’ 종반부에서 말기암 환자의 고통에 방을 뒹굴며 “나도 살고 싶다”고 그녀가 절규할 때 시청자들은 전율했다. 그녀가 이 연기를 하면서 얼굴의 실핏줄이 터져 나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미지로 벼락스타가 된 젊은 연기자들은 김영애의 ‘파도’ 연기가 이같은 노력과 아픔의 소산이었다는 것을 알까?

“백상예술대상 수상이 제2의 전성기를 예고하는 것 같아요.” 수상식 직후 KBS 월·화 드라마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의 촬영장으로 향하는 그녀의 뒷 모습은 누구보다 아름다웠다.

■영화 여자 최우수연기상/ ‘송어’의 강수연

“당연히 좋지요. ‘송어’(감독 박종원)가 도쿄영화제에선 작품상 수상까지 했지만 국내 흥행이 안 좋아서 무척 섭섭했어요. 외국보다는 국내에서 평가를 받는 것이 더 기쁘죠.”

‘월드 스타’의 저예산 영화 출연은 처음이었다. 야산에 세트를 만들고 인간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을 배제한 채 연기를 했다. “저보다 스태프는 다섯 배쯤 더 고생을 했을 거에요.” 늘 주연 배우였던, 그래서 언제나 대접 받아온 그녀였다. 주연 배우들에겐 좀처럼 느낄 수 없는 마음이 보인다.

연기 생활 24년의 강수연(34)은 이름 자체가 캐릭터이다. 아역으로 출발해 성인 배우로 성공을 거둔 저력, ‘씨받이’로 베니스 영화제 여우주연상, 그리고 대종상, 백상예술대상 등 셀 수 없는 트로피. 이력 만큼이나 강한 캐릭터를 보였던 스타다.

그러나 그녀도 장르 영화 중심의 충무로 벽에 부딪쳤다. ‘세월’은 그녀가 강한 캐릭터 보다는 안으로 스며드는 연기에 더 적합하게끔 만들었나 보다. “내지르는 것보다 더 어려웠어요.” 노래 맛을 안 가수 같다.

‘송어’에선 옛 애인을 잊지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현재의 남편과 안락함을 버리지도 못하는, 아내 역할을 맡았다. 그녀의 옛 애인과 빗속에서 정사를 벌이는 ‘도발적’ 연기는 극중 동생인 이은주가 맡았다. 그는 이제 기꺼이 숨을 줄 안다. 정열이 사라져서가 아니다. “관객도, 만드는 사람의 의식도 변하는 게 세상 아니겠어요?”

여전히 혼자 사는 그녀는 영화를 보고 가끔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것 외에는 주로 집에 있다. 앞으로 어떤 배우로 살아갈지 궁리가 많다.

“좋은 연기를 하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선 사생활도 깨끗해야겠죠. 어떤 연기가 좋은 연기냐구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로.”

‘나’라고 하던 말습관이 ‘저’라고 바뀐 것을 보면 겸손해졌다. 그리고 그녀의 말과 달리 이제 진짜 ‘좋은 연기’가 무엇인지 깨달은 것 같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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