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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8마당] "아빠도 가수가 되고 싶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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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8마당] "아빠도 가수가 되고 싶었단다"

입력
2000.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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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왜”라는 앙칼진 목소리가 새어나온다.“지영아! 면회왔어!” 반항심 많고 고집세고 신경질적인 나. 난 집에서 방문과 창문을 모두 잠그고 있다. “지영아, 여기 와서 앉아봐.” “왜요?” “글쎄, 앉아 보라니까.”

마지 못해 앉은 나. 또 시작이다. 지겨운 잔소리.“태도가 왜 그래. 말하는 사람을 쳐다 보아야지.” 돌아 앉아서 마지못해 듣는 나를 보고 아빠가 하신 말씀.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아빠, 아빠하고는 대화를 할 수 없어요. 내가 요전번에 연극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을 때, 아빠는 신경질부터 내셨잖아요. 아빠는 아빠의 기준에 맞지 않으면 신경질부터 내면서… 그런 아빠와 어떻게 대화를 해요. 난 그냥 멍하니 듣고만 있으라면서.” 다시 시작이다. 영어까지 섞인 아빠의 설교.

“나는 그냥 조언자(adviser)라니까. 저 쪽 길보다 이 쪽 길이 낫다고 알려주는…. 네 인생. 네가 사니까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해야지”하지만 정작 그말을 하는 아빠의 목소리는 볼멘 소리다. 그걸 어떻게 나를 이해한다고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그때 아빤 이렇게 말씀하셨다. “지영아. 아빠가 어렸을때 아빠도 가수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남산에 가서 연습하곤 했지.”

놀랍다. 그렇게 고지식한 아빠가 가수가 되고 싶어 했었다니. 웬지 아빠가 가깝게 느껴진다. 그런데 왜 가수가 되지 않으셨냐는 질문에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신 아빠. 날 이해했다는 생각에 9시뉴스가 끝나고 ‘왕과 비’보기를 기다렸다. 9시뉴스가 끝나자마자 TV를 끄시는 아빠. 이해? 무슨 이해!

세월은 사람을 변화시키는가 보다. 아빠와 난 같은 처지다. 아빠는 총선이 끝난 후 있을 것이라 예상되는 ‘은행 합병’으로 밀려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회사를 다니면서 아빠는 짜증이 더 늘었다. 외국어고등학교로 진학한 나는 등수가 예상보다 많이 떨어져 걱정이다.

학교를 다니면서 나 역시 짜증이 더 늘었다. 하지만 내 어깨에 아빠의 어깨보다 더 힘이 있는 것은 왜일까. 난 아직 현실을 체험하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빠의 표현으로는 아직까지‘허망한’ 꿈을 꿀수 있기 때문인 모양이다.

/이화외국어고2·박지영

‘1318마당’에 글이 실린 청소년에게는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도서상품권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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