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16대 국회의원 선거에 입후보한 후보자들의 사면된 전과를 공개할 것이냐를 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법무부 그리고 정치권과 해당 후보자간에 논란이 분분하다.
그러나 여론을 들어보면 결론은 이미 나와있다. 비록 인터넷상의 조사이기는 하지만 대통령,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 후보자의 사면된 전과 공개에 대해 95% 이상이 찬성하고 있었다.
이런 결과가 아니더라도 국회가 논란 끝에 전과 기록을 공개키로 한 개정 선거법의 취지에 부합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유권자들에게 올바른 선택을 위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도 이는 필요한 것이다. 사면 또는 형이 실효된 경우도 공개 대상에 포함시켜야하는 것은 이런 취지에서 본다면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사면된 전과를 공개하면 사면의 취지가 무의미해지고 다른 법조항과 상치되며 당사자들의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이는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법리논쟁을 야기, 법의 권위를 땅에 떨어지게 만들 뿐이다.
원래 법이란 사회적 약자에게는 관대하고, 강자에게 엄격해야 하는 것인데 오히려 우리나라에서는 유전무죄(有錢無罪), 유권무죄(有權無罪)라는 말과 더불어 온갖 부정과 부패, 비리로 얼룩진 인사들을 화합이라는 명분으로 통치권자가 정치적 필요에 따라 사면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그게 어디 국민적 합의에 기초한 정당한 사면이었던가.
자연인의 사생활은 철저히 보장하지만 공인의 활동은 엄격히 검증하는 것, 생계형 범죄에는 너그럽지만 치부형 범죄는 엄격히 단죄하는 것, 이것이 바로 민주사회이고 선진사회이다.
사면된 전과 기록 뿐 아니라 납세와 병역의무도 더 자세히 공개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죄를 짓거나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람들이 공인이 될 수 있는 지, 없는 지는 유권자가 선택해야 할 것이다.
/송병록 경희대 교수·정치학
■반대
국회의원의 자질 검증을 위해 선거관리위원회는 후보자의 전과기록을 공개키로 했다. 이중 문제가 되는 것은 일반사면이나 특별사면에 의해 실효된 전과기록까지 공개하는 게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의 여부이다.
우선 형법 제310조는 공연히 있는 사실을 공개하는 것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계되는 경우에는 위법하지 않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실효전과기록의 공개가 과연 공익에 해당하는가 하는 것이다.
선거의 목적이 무결점 후보를 뽑는 것인지 또는 유능한 후보를 뽑는 것인지에 따라 공익의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 만일 선거 절차가 무결점의 후보를 뽑는 것이라면 전과기록의 공개가 공익에 해당할 것이나 유능한 후보를 뽑는 것이라면 공익과는 무관하게 된다.
공익은 직접적인 이해관계 당사자간에 첨예한 다툼이 있을 때 쉽사리 판단할 수 없는 부분이다. 말소전과기록의 공개는 타후보에게 결정적으로 유리한 환경을 조성, 불공정 선거를 만들 우려가 있으며 이는 공익을 오히려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법성 논란이 있다.
둘째, 말소된 전과기록의 공개가 바람직한가의 가치 판단에 있어서도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선거에 뛰어든 후보자의 능력과 청렴도를 판단할 수 있는 요소는 여러가지가 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진정 국민의 알 권리로서 후보자의 사생활 정보를 제공하겠다면 위법 논쟁이 있을 수 있는 실효된 전과기록의 공개보다는 시민단체 또는 상대방 후보가 제기한 문제에 대한 답변의 진실성 여부를 검증하고 이 결과를 공개하는 것이 국민의 투표권 행사에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후보자에 대한 제반 기록의 공개는 시민 입장에서도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것이 자칫하면 정작 중요한 것에 대한 판단을 흐리게 함으로써 오직 무결점 후보만이 최고의 후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실효 전과기록의 공개는 신중을 기해야할 것이다.
/이학춘 동아대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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