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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love soccer / '진돗개' 허정무의 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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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love soccer / '진돗개' 허정무의 근성

입력
2000.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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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초반 한 선배 축구기자가 네덜란드 아인트호벤 클럽에 입단한 허정무를 취재하러 갔을 때의 일이다.경기장을 찾은 그는 허정무가 스타팅 멤버에서 빠져 다소 실망스러웠다. 언제 나오나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데 30분쯤 지날 무렵 허정무가 몸을 푸는 게 보였다. 이제는 나오겠지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경기가 끝나도록 허정무는 끝내 그라운드 안에는 들어가 보지 못하고 몸만 풀었다.

경기후 그 선배는 허정무를 보기가 민망스러울 것 같았다. 그러나 허정무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경기를 뛴 선수로 착각할 정도로 온 몸이 땀에 젖어 있었고 행동도 무척 당당했던 것이다.

네덜란드 무대에 적응이 되면서 허정무는 아인트호벤의 스타로 이름을 날렸다. 지금도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정도. 선배는 그날 허정무의 모습에서 근성을 보았고, 그 근성이 스타로 만들었다고 확신한다.

지금은 대표팀 감독이 된 허정무의 근성은 유명하다. ‘진도개’라는 그의 별명은 진도 출신이라서가 아니라 바로 근성때문에 생긴 것이다(술 취하면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을 꽉 무는 버릇때문도 있지만). 그는 또 잡기에도 강하다. 장기는 축구계에서 가장 잘둔다는 문정식 협회 부회장의 실력을 넘어 섰고, 바둑도 배운지 얼마 안돼 2-3급 수준이 됐다.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보아야 하고, 지는 것을 아주 싫어하는 성격이 무엇이든 실력을 급증하게 했다.

학창시절 감각을 키우기 위해 맨발로 공을 차고 100계단을 하루 30번씩 오르내렸던 김주성, 데이트하다가도 시간만 되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줄넘기를 했던 차범근. 이들도 근성 하나로 대스타가 된 경우이다.

하지만 요즘은 근성있는 스타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동국 안정환 등 신세대스타들의 기량은 인정하지만 근성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2002년 월드컵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한 방안으로 이들 신세대스타들은 협회와 정부의 지원하에 올해 해외로 대거 진출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들이 과연 유럽에서 적응할 수 있는 근성과 기량을 갖추었는지는 의문이다.

유럽진출 초창기엔 경기에 출전도 못하고 후보로 맴돌수도 있다. 만에 하나 이들이 마음의 상처를 입고 좌절한다면 2002년 월드컵은 정말 암울하다. 유럽진출의 꿈에 부풀어 있지만 말고 경기 내내 몸만 열심히 푼 허정무의 근성을 꼭 배우고 가야 할 일이다.

유승근

usk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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