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중의 화제는 단연 선거와 재벌개혁이다. 현대 사태로 그동안 강력하게 추진해온 재벌 구조조정이 겉으로는 어느 정도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 극명하게 드러났다.이에 따라 국내외에서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정부는 과연 무엇을 했나 하는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그 때문인지 정부가 재벌개혁 방안에 대해 소나기식으로 언급하고 있다. 이용근금융감독위원장은 “이번 현대사태 과정에서 정주영명예회장이 앞으로 그룹 회장을 누가 맡는다고 지명한 것은 법에도 맞지않고 국민들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정명예회장을 포함한 재벌총수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지분이 경영을 독단할 정도가 아닌 만큼 이들의 경영간섭이나 인사전횡은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헌재재정경제부장관도 대기업들의 구조조정본부가 사실상 계열사를 통제하는 조직이라면 해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주주 집단소송제 도입문제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다음달부터 상장협회 등록법인 등은 이사회 구성이나 사외이사 현황, 감사위원회 권한과 책임 등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의 준수여부 등을 반드시 공시해야 하며 위반시 제재를 받게 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이미 전에 다 나왔던 것들 뿐 새로운 사항은 없다. 그동안 수차례 열렸던 정·재계 간담회와 대통령의 지난해 8·15 경축사 등에서 수없이 언급됐던 내용이고 그 때마다 정부는 강력한 추진을, 재계는 성실한 실행을 국민앞에 약속했었다.
이번 현대사태가 현대그룹에만 국한된 사항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 만일 현대의 정몽구_몽헌 형제가 경영권 장악을 놓고 갈등을 보이지 않았다면 정부는 재벌개혁이 잘 되고 있다고 믿었을 것인가.
현대사태 와중에서도 모 그룹 총수는 누구에게 회장자리를 넘기겠다고 공공연히 말했다. 정부가 최근 내놓고 있는 강경한 방침들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재벌개혁에 관한 법과 제도는 충분히 갖추어져 있는 셈이다. 이제 문제는 진정한 실행이다. 하루 아침에 땅에 떨어진 신뢰도를 회복하고, 개혁의지가 식지 않았다는 점을 대내외에 재차 확인시켜 줄 수 있도록 정부와 재계는 노력해야 한다. 이번에도 말 만으로 끝난다면 재벌개혁은 물 건너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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