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에서는 예로부터 귀의 생김새를 보고 그 사람의 인생을 점칠 정도로 귀를 소중히 여겼다. 귀의 형태나 크기가 비정상적이면 그 만큼 스트레스도 크기 마련. 귀성형이 필요한 경우는 크게 선천성 기형과 외상으로 나눌 수 있다. 요즘엔 교통사고가 늘어나면서 외상에 의한 귀 손상이 증가하고 있다.선천성 기형 귀의 절반 가량은 귓구멍이 막히고 귓불이 간신히 흔적만 남아있는 귀(소이증·小耳症). 나머지는 돌출 귀, 잘룩 귀, 처진 귀, 매몰 귀 등 형태가 다양하다. 선천성 기형 귀는 신생아 3,000명 중 1명 꼴로 나타난다. 과거에는 운명으로 받아들여 체념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의술의 발달은 아름다운 귀를 완벽하게 재현해 내고 있다.
귀성형은 선천적인 소이증이나 사고로 기형적인 모양이 된 귀를 정상적으로 만들어주는 것. 소이증은 정상 형태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귀가 퇴화해 있어 귀 연골과 피부를 새로 만들어줘야 한다. 귀 주변 조직이나 옆구리, 팔목, 대퇴부 등에서 귀와 똑같은 모양의 피부판을 떼어내는 게 중요하다. 대개 환자의 가슴연골을 떼어내 귀 모양으로 조각한 뒤 이식해 준다.
바깥귀의 흔적만 남아있는 경우엔 기구를 이용해 피부를 늘인 다음 가슴의 연골을 이용해 귓바퀴 모양을 만들고 겉에 피부를 입힌다. 이 때는 많은 양의 연골이 필요해 가슴이 어느 정도 성장한 11세 전후가 수술하기에 적당하다.
소이증을 제외한 나머지 기형 귀는 보통 8세 전후에 수술하는 게 좋다.
영동세브란스병원 귀성형클리닉 박 철교수는 국내 귀성형술의 1인자로 꼽힌다. 1991년 5월 첫 환자를 시술한 이래 지금까지 1,000명의 환자에게 새로운 귀를 만들어 주었다. 9년간 오로지 귀성형만을 고집해 세계적으로도 명성이 높다. 현재 1년 정도 환자들이 예약돼 있는 상태.
박교수를 제외하면 아직 수술 경험이 풍부한 전문의는 부족한 편이다. 안면기형 교정술의 권위자인 백세민박사의 제자 그룹이 이끌고 있는 서울백병원 성형외과도 귀성형 수술을 많이 하는 편이다. 이 병원 안면기형재건클리닉 오갑성교수는 보통 4~5단계 과정이 걸리던 귀성형술을 1~2단계로 축소한 수술을 선보여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대 어린이병원 김석화교수, 서울중앙병원 이택종교수도 귀성형술에 관심을 갖고 노력하는 전문의로 꼽힌다.
박교수는 “귀성형술은 과학적인 지식과 예술적인 솜씨가 동시에 요구되는 까다로운 수술 분야”라며 “소이증인 경우 최소한 11세 이후에 수술을 해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아직 연골이 덜 자란 10세 미만 어린이를 수술할 경우 실패 가능성이 높고, 귀성형은 한 번 실패하면 복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고재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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