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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절기 '우울증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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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절기 '우울증 주의보'

입력
2000.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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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초조·피로감 2주이상 지속 의심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켜 유태인 등 수많은 인명을 학살한 히틀러, 미국 대통령 중 여전히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존 F 케네디, 그리고 클린턴 대통령과의 성추문으로 매스컴의 주목을 받은 르윈스키. 이들 사이에는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유명인사? 맞는 말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이들은 모두 우울증 환자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우울증은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어느 날 갑자기 자녀를 살해한 주부나 가족과 동반자살한 가장, 입시나 비만 등으로 고민하다 자살한 청소년이 사회면 뉴스의 단골 소재가 됐을 정도로 우울증의 피해는 심각하다.

우울증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흔히 발병하기 때문에 ‘마음의 감기’라고도 불린다. ‘감기’라는 말에서 연상되듯 요즘과 같은 ‘환절기’에 자주 발생한다. 우리나라에선 아직 우울증에 대한 인식이 낮고 부정적이어서 계절적인 우울증이나 산후우울증 등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증상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조기에 치료하면 쉽게 낫지만, 그대로 방치할 경우엔 자살이나 충동적 범죄로 연결되기도 한다.

단순히 기분이 울적한 정서적 변화를 우울증으로 보진 않는다. 뇌의 신경전달물질 분비에 이상이 생겨 나타나는 하나의 질병인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선 5명 중 1명이 평생 한 번 우울증에 걸리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전인구의 5~10%는 일생 한 번 이상 우울증을 경험한다고 한다.

■증상과 합병증

우울증 여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실직, 입시 실패, 실연, 가족의 죽음 등 나쁜 일들이 생겨 일시적으로 삶의 의욕을 잃을 때는 ‘우울증세를 동반한 적응장애’라고 한다. 이 경우 시간이 지나면 차츰 나아진다.

그러나 우울한 기분이 개선되지 않고 흥미와 기쁨의 상실, 허전함, 무가치감, 죄책감, 식욕과 체중의 감소, 불면 또는 과도한 수면, 피로감, 무기력감, 초조·불안, 집중력 저하 등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우울증으로 봐야 한다.

우울증을 방치하면 식욕부진, 불면증, 불안감, 초조감 등에 시달려 체중이 줄고 위궤양, 고혈압 등의 성인병에 걸릴 확률도 높아진다. 우울증 외에 다른 병이 있을 경우엔 우울증의 무력감으로 인해 치료 자체를 포기, 질환이 더욱 악화하기도 한다. 알코올중독에 빠지기도 하며 자살을 시도하거나 자포자기 심리로 타인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사고를 일으킬 수도 있다.

■치료와 예방

우울증은 비교적 잘 낫는 질환이다. 한 달 정도 치료를 받으면 많이 호전된다. 물론 증상이 가벼우면 저절로 낫기도 한다. 하지만 무작정 기다리는 것은 환자에게 큰 고통이 될 수 있는 만큼, 우울증 여부를 조기 판단해 정확한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

치료법은 다양하다. 적응장애는 사고방식이나 성격 등에 대한 상담, 즉 정신치료만으로도 좋아질 수 있다. 하지만 신체적인 이상까지 동반하는 우울증은 약물치료, 전기충격치료, 인지치료 등을 해야 한다.

우울증은 보통 6개월 정도 지속된다. 치료 후 다시 걸리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체질적인 원인이 클 때는 1-2년마다 재발한다. 따라서 증상이 좋아진 뒤에도 3-4년 정도 약물치료를 꾸준히 하는 게 바람직하다.

우울증을 예방하려면 고립감에서 벗어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이 있고 본인이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등 가족간의 대화가 필요하다. 가벼운 우울증은 자신의 속마음을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4월 3-6일은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주관하는 ‘정신건강주간’이다. 전국의 병원에서 ‘우울증 선별의 날’ 행사가 열리는 만큼 간단한 설문을 통해 자신의 우울증 척도를 자가진단해 보고 전문의에게 상담을 받아보자.

■우울증 진단표

(나는 요즘…)

1.슬프다. 2.앞날에 대해 비관적이다.

3.스스로 실패자라는 생각이 든다. 4.일상생활에서 만족하지 못한다.

5.죄책감을 자주 느낀다. 6.벌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7.나 자신이 실망스럽다. 8.다른 사람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9.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 10.평소보다 많이 운다.

11.평소보다 화를 자주 낸다. 12.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다.

13.결정을 잘 내리지 못한다. 14.내 모습이 추하게 보인다.

15.일할 의욕이 없다. 16.평소처럼 잠을 자지 못한다.

17.쉽게 피곤해진다. 18.식욕이 떨어졌다.

19.몸무게가 줄었다. 20.건강에 대한 걱정이 늘었다.

21.성에 대한 관심을 잃었다.

*각 문항마다 거의 항상 그렇다(3점), 자주 그렇다(2점), 가끔 그렇다(1점), 아니다 또는 거의 그렇지 않다(0점)로 응답해 모두 더한 점수가 21점 이상이면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

/이민수·고대안암병원 우울증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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