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폭발이었다.29일 개장한 제3시장은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에 ‘투기’‘작전의혹’이 맞물려지면서 극심한 버블주가를 만들어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조차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몰라 “지켜보자”는 대답뿐이었고 전날까지만 해도 “활성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반신반의하던 증권협회 관계자들도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위험한 폭발장세
액면가(500원)에서 출발해 9만-10만원에 거래된 네트컴의 평균가격은 9만8,100원. 5,000원으로 환산하면 100만원짜리 주식인 셈이다.
부동산컨설팅업체 코리아2000은 8,000원-23만원에 거래돼 평균가는 7만5,600원. 지난 16일 주당 1만2,000원에 인터넷공모를 실시했을 때 참가한 사람들은 평균가격에만 팔았더라도 13일만에 600%에 육박하는 수익을 올린 셈이다.
고려정보통신은 9만4,000원-40만원에 거래가 형성돼 15만7,000원의 가중평균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7월 공모가(4만5,000원)나 장외가(5만원)의 3배 수준.
그러나 이들 세종목의 거래량은 2,700-5,120주 수준. 매도물량이 드문 가운데 10-100주단위의 소량거래로 매매가격만 폭등, ‘작전의혹’이 짙다. 일부 주주들끼리 물량을 주고 받으며 가격만 올렸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실제 네트컴은 지정된 주식 7만주가 모두 이 회사 3명의 대주주의 주식이다. 아무 정보도 없이 따라간 개인들은 자칫 ‘쪽박’을 찰 수 있다.
한국웹TV의 매매가격은 200원-10만원, 가중평균가는 1만9,850원. 하루 가격변동폭이 500배에 달했다. 한 투자자는 실수로 주당 200원에 100주 매도주문을 내는 바람에 액면가에도 못미치지는 가격에 팔아야 했다.
평균가와 비교하면 앉아서 100배의 손해를 본 것이다. 한국웹TV는 장외가격이 1만5,000원인점을 감안하면 이날 가격이 그리 높은 수준이 아니었다. 특히 이 회사의 지정된 주식은 총 발행주식의 47%인 179만4,330주. 오전장 한때 6만원에 거래되기도 했으나 유통물량이 늘어나면서 적정수준으로 수렴했다.
■천태만상
매수호가가 뛰자 정정주문이 쇄도했다. 6만원대 이하의 매도호가를 낸 투자자들은 체결가격이 10만원에 육박하자 이내 주문을 취소하고 10만원 이상의 매도호가를 냈다. 끝없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형국이었다.
시초가가 액면가수준인 종목들은 매수호가의 분포도 10원에서부터 40만원까지 천차만별이었다. 한국웹TV는 시초가가 1,500원에 불과하자 매수호가의 종류가 70여개에 달했다.
이밖에 인터넷공모 참가자들의 횡재도 속출했다. 한국웹TV(공모가 1,500원), 코리아2000(1만2,000원) 공모참가자중 이날 평균가에 판 사람들은 팔았다면 각각 6배와 17배의 수익을 올렸다.
한편 작전의혹이 짙다는 지적이 거세게 일자 증권협회 관계자들은 “우려했던 상황이 벌어졌다”며 적잖이 당황하는 모습. 문제는 이를 조사하거나 적발할 아무런 장치가 없다는 것.
공시제도가 있지만 영업의 폐지·양도, 지배주주 교체, 연도별 영업실적 등 극히 일부항목에 대해서만 공시의무가 있을 뿐이다. 루머에 주식이 휴지조작이 될 수 있는 위험이 상존하는 셈이다.
시세표 읽는 법(그림참조) 현재가란 조회시점에서 가장 최근에 체결된 거래가격이며 최고가(최저가)는 당일 거래중 가장 높은(낮은) 가격에 체결된 거래의 가격이다. 제3시장은 경쟁매매가 아니기 때문에 종가라는 개념대신 가중평균이란 개념을 사용한다.
전체 거래대금을 거래량으로 나눈 값으로 1주당 평균 얼마에 거래됐는지를 보여준다. 다음날 매매기준가가 된다.
매매주문을 내려면 증권사 단말기에 들어가 호가상황을 봐야 하는데 아무리 높은 가격에 사겠다고 하더라도 그 가격에 팔겠다는 사람이 없으면 안된다.
매도자가 전량거래를 선택했다면 가격은 물론 수량이 일치하지 않으면 거래는 무산된다. 그러나 매도자가 잔량거래를 허용하면 증권전산측이 각 증권사의 주문을 취합, 매수자에 한해 쪼개서 팔 수 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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