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소환장 발송이어 자금줄 하산 체포인도네시아 검찰이 마침내 수하르토를 향해 ‘과거 청산의 칼’을 휘둘렀다. 인니 최고 검찰청은 28일 수하르토(78) 전대통령의 ‘사(私) 금고’로 알려진 세계 최대 ‘합판(合板) 재벌’ 총수인 모하메드 밥 하산(67)을 전격적으로 체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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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다루스만 검찰총장
검찰이 하산에게 적용한 혐의는 공금유용. 1996년 임업부의 위탁을 받아 산림지도를 작성할 때 자신이 운영하는 펄프회사에 유리하도록 지도를 조작한 의혹과 지도제작을 위해 동원한 헬리콥터 운임을 국가에 과다 청구한 혐의다.
하지만 수하르토의 막역한 골프친구로 줄곧 권력의 핵심에 있었던 하산의 비중으로 볼때 공금유용 혐의는 그야말로 ‘구실’에 불과하다는 게 정설이다. 검찰 관계자는 “하산의 구속기간을 최대 120일까지 연장할 수 있다”면서 “공금유용 뿐만아니라 그와 연관된 모든 비리를 파헤칠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들은 검찰의 하산 체포를 사실상 수하르토에 대한 본격적인 응징으로 해석했다. 검찰은 27일 건강 검진에서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난 수하르토에게 30일 출두하라는 소환장을 보냈고, 바로 다음날 ‘자금줄’ 하산을 체포해 수하르토의 퇴로를 막았다. 지금껏 수하르토의 자녀들이 검찰에 소환되기도 했지만 측근 중 어느 누구도 구속된 적은 없다.
하산은 수하르토 집권 32년간 정경(政經) 유착의 표상이었다. 그는 1960년대초 고향인 자바섬 중부에서 당시 연대장(대령)으로 근무하던 수하르토와 만난후 변치않는 ‘권력의 후원자’로 봉사했다. 수하르토 일가가 투자한 인니 최대 자동차메이커인 PT 아스트라 인터내셔널의 회장을 맡는 등 ‘재산관리인’역할도 했다. 1998년 3월에는 화교(華僑)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수하르토 정부의 통상·산업장관으로 임명돼 권력의 전면에 나서기도 했다.
하산이 이끄는 ‘키라니 그룹’은 합판 펄프 제지 뿐아니라 음식가공 무역 은행 보험 석유 금광 항공 등에서 초법적 특혜를 누렸다. 특히 수마트라, 보르네오섬 등 인니 전역의 삼림이용권을 장악, ‘목재왕’으로 통했다.
때문에 그동안 하산과 손을 잡고 목재채취 등에서 이권을 누려온 한국 등 외국기업들도 하산의 검거로 직·간접적인 피해를 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하산은 수하르토 정권이 붕괴된 이후에도 “수하르토가 자문할때 제일 먼저 부르는 사람”으로 남았다. 서방투자가들은 완강하게 개혁을 반대해온 그를 ‘국제통화기금(IMF)이 가장 꺼리는 인물”이라고 평했다. 1997년 출간된 ‘아시아 부자클럽’은 하산의 재산을 12억달러로 추산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인도네시아 다루스만 검찰총장
인도네시아 개혁의 중심에는 마르주키 다루스만(55) 검찰총장이 있다.
파이스턴이코노믹 리뷰지는 최신호에서 다루스만이 ‘차기 대통령’이 될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그의 ‘신중하면서도 과격한’ 개혁 노선에 인도네시아의 장래가 달려있다고 평가했다.
와히드 정권의 ‘개혁 전도사’로 통하는 다루스만이 표방한 2대 과제는 사법 개혁과 부패청산. 그는 취임후 80여명의 검사를 대폭 ‘물갈이’한데 이어 부패한 사법기관에 대한 전쟁을 선언, 법조계를 아연 긴장하게 만들었다. 발리은행 스캔들, 군부의 동티모르 인권침해, 수하르토 부정부패를 3대 청산과제로 설정, 수사에 착수했다.
이 가운데 그가 총력전을 선언한 것은 수하르토 문제. “과거의 심벌을 제거해야 개혁의 물꼬가 풀린다”는 것. 그는 “썩은 생선에서 나오는 악취는 꼬리가 아니라 머리에서 난다”면서 ‘위로부터의 개혁’을 강조한다.
다루스만은 원래 과거 집권세력인 골카르당 소속이었다. 인권운동가 출신 법률가인 그는 수하르토로부터도 능력을 인정받아 국가인권위원회의 부위원장이 됐고, 수하르토 정권 붕괴후에는 골카르당 당수를 역임했다.
이후 그는 와히드 집권과정에서 골카르당의 지지를 유도, 권력 창출에 기여했다. 요즘 그의 사무실 앞에는 ‘강한 개혁’을 요구하는 학생시위가 끊이지 않는다.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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